꽃과 詩

[스크랩] 쑥부쟁이ㅡ구절초

권운영 2012. 8. 9. 11:29

 

                            쑥부쟁이ㅡ구절초

    

 구절초 ㅡ 박용래

구절초의 북쪽 ㅡ 안도현

구절초 향기 ㅡ 김영천

 

 

 

구절초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달여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춧구멍에 달아도 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추분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을 비친 사랑아

박용래

 

 

 구절초의 북쪽  안도현

흔들리는 몇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본 적 있는가?

흔들리기는 싫어, 싫어 하다가

아주 한없이 가늘어진 위쪽부터 떨리는 것

그 사이에 생기는 쪽방에 가을햇빛이

잠깐씩 세들어 살다가 떠나는 것 보았는가?

구절초, 안고 살아가기엔 너무 무거워

가까스로 땅에 내려놓은 그늘이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 하나같이 북쪽으로

섧도록 엷게 뻗어 있는 것을 보았는가?

구절초의 사무치는 북쪽을 보았는가?

 

 

 구절초 향기

진땀을 흘리듯

제 잎을 떨구는 굴참나무 아래로

수수하거나 어리숙하거나

그 쓸쓸한 꽃들이 아직도 하얗게 피어서는

제 깊은 향기를 품는다

 

벌 나비 대신 바람이나 가끔씩

앉았다 떠나는 자리로는

잔잔한 흔들림만 포도시 남아 있다

 

서둘러 상하고 꺾인 억새들이

서로 어깨를 부비며 견디는 세상으로는

갈나무 잎새처럼 낯선 소문만 자꾸

쌓이는 것이어서

아서라, 툴툴 털고 일어서면

산 위로는 까마득히

그대 누워 계시다

 

한 점 구름이 설핏, 노을에 물드나니

 

이제도 구비 돌아 까마득한 길을

나는 어디쯤 갔을까

김 영천(1948 - ) 광주.

 

 

                                           구절초

 

 

                                        쑥부쟁이                   양채영

향정리엔

헐쭘한 쑥부쟁이들이 나서

언덕마다 쑥부쟁이 냄새를 피우고

그 쑥부쟁이 냄새가 불러들인

쑥빛 하늘이 알맞게 떠 있다

누군가 기다리는

황토 마당 구석엔

튼튼하고 실한

시루봉이 쑥 들어앉아

아들 낳고 딸 낳아

이젠 골짜기마다 빈 자리 없이

쑥부쟁이꽃을 피우고 ....

 

 

                                    

 

 

 

                              

 

 

 

 

출처 : 동해물과 백두산이
글쓴이 : 아침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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