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사번
화신풍(二十四番 花新風) 나무야!
풀꽃아....
2008/03/31 12:58 |
꽃은 단 한번만 핀다
- 백무산 -
꽃은 단 한번만 핀다
물이 빗질처럼 풀리고
바람이 그를 시늉하며 가지런해지고
봄이 그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환한 꽃들을 피우네
새 가지에 새 눈에
눈 부시게 피었네
꽃은 피었다 지고
지고 또 피는 것이 아니라
같은 눈 같은 가지에
다시 피는 꽃은 없다
언제나 새 가지 새 눈에 꼭
한번만 핀다네
지난 겨울을 피워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 있어온 모든 계절을
생애를 다해 피워올린다네
언제나 지금 당장 모든 것을
꽃은 단 한번만 핀다네
사랑하는 사람에게
봄날씨 어지럽고 얄궂기가 새삼스럽진 않지만 어제 아침엔 눈발이 날렸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산 중턱을 올려보니 하얗게 눈이 쌓여 있군요.
갑자기 추운 날이 되어서인지 무리를 잃은 박새 한 녀석이 부엌에 들어와서는 냉이나물 소쿠리 위에
한 참 앉아 머물다 날아갔답니다.
며칠 사이로 봄비가 내려서 새처럼 맑고 구성지게 우는 산개구리들의 짝짓기가 한창인데요.
아 그녀석들 얼지는 않을지.....
이렇게 날씨도 쌀쌀하고 일손도 안잡혀서 뒤숭숭할 땐 숲이나 한바퀴해야겠지요.
산밭 주위를 돌아서 숲길을 거슬러서 원족나온 놈팽이처럼 뒷짐지고 돌면서 봄꽃 차림을 만났습니다.
날씨 탓은 사람의 맘이고 꽃들은 봄의 기색을 이미 알고 있음으로 하염없이 피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학어집"에 소개된 글을 보니 봄바람의 기운을 나타낸 이름으로 "이십사번 화신풍"이라는 멋있는 이름을 가진 바람이 있답니다.
"소한"에서 "곡우"까지 불어오는 봄바람은 1후(候)마다 새로운 봄바람이 불어서 따라 피는 꽃도 스물네번이나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1候는 5일)
"소한"의 첫 5일간은 "매화"가 피고, 그후 5일간 "동백"이 피고, 다시 그후 5일간은 "수선화"가 핀답니다.
이리하여 "곡우"까지 스물네번이나 꽃들이 바뀌어서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십사번 화신풍.....
이렇게 멋지게 지어진 봄바람이 있었다는데요.
요즘엔 어찌된 사실인지 주변의 봄꽃들을 둘러보면 쉴새없는 꽃시절이 한꺼번에 온 거 같습니다.
벚꽃이 핀 옆에 진달래가 피어있고요. 매화도 자태를 드러내고.....
우리 어릴 적만해도 그나마 꽃들이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달랐던 것 같은데요.
이처럼 꽃들이 덩달아서 피는 것은 기온의 변화가 막심해서 피는 시기를 조절하지 못한 까닭이겠지요.
실제로 지난 12월달에 숲에 핀 진달래를 보기도 하였지만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앞으로의 기후변화는 더욱 예측하기가 힘들 것이고 보면
틀림없이 꽃들은 꽃들대로 위기감을 느껴서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이렇게 한꺼번에 피어나는 것이 분명 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자연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근대 백년 이후의 주원인은 도시문명의 기본 조성이 되는 물질과 문명의 이기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의 증가에 따른 것인데요.
사람의 편익을 위해서 개발하고 사용된 것들이 오히려 사람과 자연을 해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요.
우리 사람도 사람이지만 지구 큰어머니에게 폐악을 끼친 사람의 죄가 얼마나 큰지.....
다시금 가슴 두드리면서 반성하고 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5일마다 새롭게 불어온다는 봄바람은 어디로 갔을까요.....?
5일마다 새롭게 피어나던 꽃들은 그 봄바람을 그리워하지 않을까요.....?
역시 매화는 매화.....
갸날프지만 강하고
강하지만 은은하고, 은은하지만 향기롭고, 향기롭지만 청초하고, 청초하지만 굳센.....
예전에 친했던 선배 형이 던진 말, "진달래는 초경하는 소녀의 떨림의 연분홍이라고....."
우리나라 특산이라는 노랑 제비꽃
실물이 훨씬 이뻐요.
"내가 영길이 너나 중길이를 왜 첨부터 어린애 취급했는지 알아?
아주 좋은 것들은 숨기거나 슬쩍 거리를 둬야 하는 거야.
너희는 언제나 시에 코를 박고 있었다구. 별은 보지 않구 별이라구 자꾸 글씨만 쓰구."
요즘 황석영 선생님의 블로그 소설, "개밥바라기별"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요.
사진으로 노랑 제비꽃을 보니 거기 나오는 대목 중의 말이 뜨끔하게 떠오르네요.
존재를 잊고서 상징을 말하는 건 죽은 시체를 예찬하는 것일 것이라는 혼자 생각도 하면서요.
꽃은 그냥 거기 있는데요.
정말로 정말로 애처럽게 가녀린 산제비꽃.....
남산제비꽃입니다.
잎의 모양이 갈래가 져서 구별하기 쉽습니다.
오랑캐꽃 - 이용악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는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채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띠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 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겨울이 지나 제비꽃이 필 무렵의 봄날에 북쪽 오랑캐들이 쳐내려와서 얼마나 잦은 약탈을 했으면 오랑캐꽃으로 불려졌을까요.
제비꽃이 오랑캐꽃으로 불려진 유래를 알겠습니다.
슬픈 우리 역사의 지난 모습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양이 눈처럼 보입니까?
꽃 이름이 "괭이눈"이라는데요.
새로 장만한 산밭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피어서 갈아엎기에 고민 중입니다.
노루귀꽃입니다.
이름도 예쁘고요.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꽃이 피고 진 후에 잎이 올라오는데요.
잎모양이 노루의 귀 모양이라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봄 하늘에 뿌려놓은 듯한 생강나무꽃.....
"꽃 따 줄께 이리 와~"
하나 둘 셋 넷
살찐 송아지 한 마리 어~ 철둑길로 뛰어가요.
새끼 염소도 한 마리 어~ 송아지만 쫓아가요.
얘야
얘야 누렁아 기차 오면 다친다
얘야 얘야 할배야 누렁이한테 깔릴라
꽃 따 줄께 이리와--
자 드디어 생강나무꽃 등장.....
봄의 숲을 화사하고 훈훈하고 생기나게 하는 보배랍니다.
우선 보기에도 새초롬히 예쁘고
차로도 좋고 나물로도 좋고 약으로도 좋은, 더할 나위없는 우리의 봄꽃.....
저 도도한 층층나무의 물오른 가지를 보세요.
새 순이 얼마나 뽀족하고 매끄럽게 났는지요.
한 눈에 가득, 붉게 타오르는 일층 이층 삼층 사층.....층층나무.
(이 사진은 층층나무의 전체 모습이 아니어서 그 정확한 층층의 배열을 즐기려면 직접 보셔야.....>
'자료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찰나의 어원 (0) | 2016.09.29 |
---|---|
[스크랩] 가사의 장르 (0) | 2015.09.01 |
[스크랩] 장진주사(將進酒辭) (0) | 2014.06.22 |
[스크랩] ♣유네스코 우리나라 기록유산♣ (0) | 2014.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