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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사의 장르

권운영 2015. 9. 1. 08:23

가사의 장르

가사의 장르적 성격에 관한 논의는 가사 자체의 성격 파악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며, 전체 국문학의 질서체계라는 거시적 구도 아래 해명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움이 따른다. 그 동안 축적된 성과를 검토하면 크게 두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질서와 규범의 체계로서의 장르론이며, 다른 하나는 개별 양식들의 속성 파악에 중점을 두는 다원적 질서로서의 양식론이다. 도남(陶南) 조윤제(趙潤濟)는 처음에 가사를 ‘운율적 생활의 일부’라는 ‘시가(詩歌)’ 개념으로 다루었으나 후에 그 전의 태도를 자기 비판하면서 ‘시가는 운문이지만 운문은 시가가 아닐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가사는 형식상 시가이지만 내용상 문필’이기 때문에 시가와 문필 중 어디에도 귀속될 수 없다며 ‘시가, 가사, 문필’이라는 3분 체계를 세운다.

그 뒤 다시 ‘문필’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을 탈피하여 ‘시가, 가사, 소설, 희곡’이라는 4대 부문을 제시하는데, 이는 서구의 고전 문학의 3분체계인 서정, 서사, 희곡을 의식하면서 동시에 국문학의 특수성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연구 초기에 조윤제가 국문학의 체계를 세우는 과정에서 2분법, 3분법, 4분법으로 수정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가사’ 장르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다른 한편으로 가사의 장르론은 곧바로 전체 국문학 체계와 직결된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이어서 조동일(趙東一)은 이론으로 체계화된 획기적인 장르 이론을 세운다. 그는 ‘장르론의 원리는 장르 상호간의 관계론에 그치지 않고 각 장르 내부의 논리로 심화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분류론과 범주론 차원에 머물고 있던 장르적 인식을 극복하는 포괄된 장르 이론을 정립한다. 그리하여 ‘가사’는 서구의 전통적 장르 구분법인 3분법으로 정리될 수 없는 복합적이고 특수한 성격을 지닌 것이라고 하면서 가사의 장르문제를 공시적·대비적·통시적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한 후, ‘가사’는 ‘있었던 일을 확장적 문체로, 일회적으로, 평면적으로 서술해 알려 주어서 주장한다.’는 ‘교술’ 장르류에 속한다고 했다. 여기서 ‘교(敎)’란 알려 주어서 주장한다는 뜻이요, ‘술(術)’은 어떤 사실이나 경험을 서술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교술은 ‘비전환 표현’이며, 자아와 세계의 대립 양상에 따른 거시적 4분체계에서는 그것이 ‘작품외적 세계의 개입으로 이루어지는 자아의 세계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조동일의 이론은 ‘가사’ 장르는 물론 여러 방면에 걸친 문학 이해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조윤제와 조동일의 장르론이 규범성에 중점을 두어 질서로서의 문학의 체계를 세우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이러한 방법론 자체가 지니는 ‘지나친 규범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문학의 역동성을 중시하는 ‘다원적 양식론’이 논의되기에 이른다.

가사문학 논의에서 내적 형식으로서 문학의 본질을 가리킨 ‘양식’ 개념의 도입은 장덕순(張德順)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형태라는 용어와 대비하여‘양식’이란 용어를‘인간 정신이 문화적 생활을 형성해 가는 방식’이란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이러한 양식개념에 따라 문학을‘서정적 양식, 서사적 양식, 극적 양식’으로 구분하고,‘가사’는 주관적이고 서정적인 가사와 객관적이고 서사적인 가사로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주종연(朱鍾演) 역시 가사를 유개념으로 서정적인 것과 서사적인 것으로 2분하고, 종개념에서 수필로 규정했다가 뒤에 이를 다시 ‘서정적인 것, 서사적인 것, 교시적인 것’으로 3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논의의 한계는 ‘양식론’의 속성을 주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제 운용함에 유개념과 하위 개념 사이를 분별 적용하지 못함으로써 하나의 역사적 장르인 가사를 2분 또는 3분해 놓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데 있다.

가사에 양식론적 사고를 원용하여‘문학적 진술방식’을 양식개념으로 보아 이것을 기술적(記述的) 차원에서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실례는 김병국(金炳國)에 의해 시도되기도 하였다. 가사를 역사적인 관습 장르로 보아 가사의 ‘진술양식’의 복합성에 주목하여 양식론을 구체적으로 운용하는 실제는 김학성(金學成)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는 공시적 관점에서 관습적 장르의 가사와 통시적 관점에서 역사적 장르의 가사라는 두 측면을 중시하고, 가사는 서정적 지향(서정성), 서사적 지향(서사성), 교술적 지향(교술성)이라는 문학적 ‘정신’을 동시에 보이는 장르적 속성의 ‘혼합성’ 내지는 ‘복합성’을 갖고 있으며, 4음 4보격이라는 율격장치의 손쉬움과 낯익음으로 계층을 초월하여 모든 계층에 개방되어 있는‘개방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 장르로서의 가사는 전·후기 가사의 동태적 변화에 주목하여 전기 가사는 서정·서사·교술성의 장르적 성격 가운데 어느 하나를 중심적 정신으로 삼고, 다른 둘을 보조 장치로 포용하는 장르의 지향을 보이며, 이러한 장르의 복합성은 임·병 양란 이후 사회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해지면서 각 지향간의 불균형으로 인해 서정성·서사성·교술성이 각각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논의를 폈다.

뒤에 수정하여 가사를 포괄 할 수 있는 원리를‘주제적 양식’이라는 진술 방식에 있다고 보면서,‘서정적·서사적·극적 양식’들은 그 주제의 양식이 실현되는 양태들로 파악하기도 했다. 이‘주제적 양식’이란 용어는 조동일의 ‘교술’개념이 주는 부담감을 덜어 준다는 측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김흥규(金興圭)는‘가사작품들의 다양한 성향에 주목하여 그것을 여러 종류의 경험, 사고 및 표현 욕구에 대하여 폭넓게 열려 있는 혼합 갈래의 일종으로 파악하고자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논의는 가사가 ‘서정, 서사, 교술, 희곡’의 여러 성격이 복합·혼효되어 있다는 주장이라는 측면에서 양식론의 사고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제5의 장르류인 ‘중간·혼합 갈래들’의 장르 설정의 기준이 다른 네 가지 장르류와 동질성을 갖지 못한 까닭에 논리적 설득력이 약하다.

더불어 실제로 구체적 문학작품의 대개가 어느 정도는 혼합성과 복합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혼합성의 정도가 주관적인 기준으로 판별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한편 최근에 성무경(成武慶)은 기존 장르론을 재검토하면서 새로운 장르론의 구도를 제시했는데, 가사의 존재양식은 ‘노래하기라는 환기방식이 서술의 입체화를 방해하여 서술의 평면적 확장’을 이루는 ‘전술(傳述)양식’이라고 하고, 그‘전술양식’은 서술언어의 통사적 의미를 구조적으로 연계하는 특성을 보이며, 또‘나’라는 ‘인격적 서술 주체의 목소리’로 진술되는 까닭에 서술의 신빙성을 확보하는 문학양식이라고 했다.

일반 서술자 목소리의 신빙성은 소설적 세계관이 성립되면서 신빙성이 의심받게 되고, 신빙성 있는 서술자 ‘나’로 진술되는 문학적 진술방식이 필요해졌는데, 이것이 가사문학을 발생시킨 근본적 동인이라 보았다. 이‘나’에 의한 서술은 근대 소설이‘1인칭 서사’를 실험하면서 소설의 서술방식으로 자리잡자 그 신빙성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어, 근대 1인칭소설의 등장과 함께 가사 장르의 양식적 존재가치가 소멸된 것으로 설명했다.

이 논의는 기존의 가사 장르 논의가 안고 있던 몇 가지 모순을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밖에도 가사의 담론 특성을 통한 장르 논의나 향유방식을 포괄하는 역사적 장르로서의 가사에 대한 성격을 파악하고자 하는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전체 국문학의 질서 체계와 연관된 논의는 아니라 할지라도 가사가 지닌 ‘서정’의 문제는 가사문학 연구 초기부터 줄곧 논의되어 왔는데,‘가사는 시가인 이상 엄연한 시(詩)’라고 하거나 ‘가사는 비연시(非聯詩)로서의 정형시’라고 할 때의‘시가’또는‘시’는 가사가‘서정 장르’에 속한다는 표현이거나 적어도 ‘서정성’이 가사의 중심적 표현 원리라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는 의견이다.

또한 가사를 산문적인 ‘수필’이라고 보자는 견해와 가사의 독자성을 인정하여 ‘가사는 가사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러한 의견은 가사 내용의 다양성 또는 독자적 특성을 살리려는 의도이기는 하나 체계적인 장르론에 입각한 것이 아니므로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이처럼 가사의 장르적 성격에 대한 논의가 많은 것은 가사가 지닌 성격이 매우 복잡하다는 데 기인하는데,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debola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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