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정의 시(詩)를 말한다
그리움으로 짠 소박한 무늬들
박영자(수필가)
권오정은 얼른 보면 평범한 주부다. 그러나 다시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주부다. 그가 시(詩)를 쓴다는 것 자체가 바로 평범하지 않음의 징표다. 그는 자신의 끼를 시를 통하여 발산하고 있다.
그는 누구에게도 시 창작법을 지도 받지 않았고 또 그 자체를 거부한다. 그렇기에 누구의 것을 흉내 내려 하지 않으며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스스로의 마음속에 우러나는 시심(詩心)을 자유분방하게 노래하고 있을 뿐이다.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생각들이나 생활 속에서 섬광처럼 스쳐가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한 편 한 편의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의 적극적이고 정렬적인 성정을 그대로 나타내 듯 책 제목도 “꽃불”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그의 시심도 뜨겁다. 시 한 편 쓰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60여 편의 시로 첫 시집을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대견스럽고 장한일이다.
권오정은 자연과 사물에 자기의 생각과 정서를 의탁하여 서정시를 창작하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꽃을 죽도록 좋아하는 그이니 첫 번째 장 ‘꽃불’ 에서는 꽃을 주제로 노래하고 있다. 갖가지 꽃들의 특징을 살리고 그것을 형상화하고 의미화 하여 그만의 독특한 시어로 아름다움을 추구함이 예사롭지 않다.
둘째 장 ‘아름다운사람’ 에서는 끈끈한 가족애를 애틋하게 노래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맞은 어머니와의 사별로 시골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며 색다른 정서를 접하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또 한 어미가 자식에게 주는 마음, 할미가 손자에게 주는 마음이 애잔하여 가슴 뭉클하다. 가족에 대한 사무친 정(情)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셋째 장에서는 일상에서 부딪치는 작은 편린들을 놓치지 않고, 체험에서 우러나온 독특한 자기표현으로 형상화하여 나타내고 있다. 소소한 것 작은 것에서 우주를 느끼며 자기만의 특별한 감성으로 노래한다.
넷째 장에서는 유년의 추억들을 들추어내어 재구성함으로서 독자들을 과거 속으로 이끌어간다. 누구나 겪었음직한 어린 날의 서정이 어른거리므로 미소 짓게 한다. 그리고 그 옛이야기들이 미구에 사라질까 안타까워 이 시집 속에 붙들어 매고 싶어 한다.
다섯째 장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아슴아슴한 기억 속에서 늘 어머니의 그림자를 찾으려는 그의 소망이 안타깝도록 절절하게 묻어난다. 그리움의 무늬로 짠 모정(母情)이 애달프다.
시는 어떤 예술 장르보다 개성적이어야 하는 본질에 맞게 시인의 심상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권오정은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만의 시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인의 기원은 애절하고, 모든 묵은 것들도 감동적일 터이지만 독자의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설익은 감수성의 언어보다는 단순하나 깔끔한 언어들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유행처럼 남발하는 횡설수설이나 장황함이 없어 난해한 시와는 분명히 다르다. 소월의 시처럼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인 언어를 구사했지만 시에 밴 독특한 나름의 체취를 맡을 수 있다. 가끔은 고집스러우리만치 자기의 체취를 풍기고저 방언이나 고어를 쓰고 있는 것이 오히려 낯선 매력이기도 하다.
한 시인의 시에서 그 나름의 체취를 맡고 느끼고 그가 체득한 어떤 시각과 오감에 공감 할 수 있다면 그는 그의 몫을 다 했다고 본다. 전통에 낯선 세대보다는 동양적 전통에 맥이 닿아 있는 저자는 소박하게 짠 무늬로 독자들의 새로운 시심을 일깨우리라고 본다.
첫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이번을 계기로 더욱 정진하여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작가의 말>
追憶의 彫刻들
추억의 조각들을 모아
글을 씁니다
不歸의 客이 된
어느 시인의
詩性을 살리라던
말 한마디
幼年의 愛潺한 모습
군데군데 흩어져있던
記憶의 破片들을
하나씩 빼내듯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
詩 한 줄을 썼습니다
보는 이의 가슴에
기억의 조각들이 살아나
때때로 노래로, 즐거움으로
아련한 추억에
잠기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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