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의 시세계

同門들께 시2집<황금실타래>序詩

권운영 2012. 7. 30. 07:32

 

<序詩>

자연에서 부르는 삶의 노래

 

박 찬 순(詩人)

 

권오정의 작품에는 자연과 삶이 함께하고 있다.

봄철 초록빛 여리디 여린 새싹들의 향기가 있는가 하면 새들의 울음 그득한 풍경, 불타는 가을 산, 설경속에 피는 매화도 있다. 이렇듯 선명한 산수화 속에 잊고 있던 시간들을 깨워내고 있다.

작품의 소재를 생활 주변에서 찾는다. ‘황금빛 실 타래는 해질녘 노을이 깃든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산책 길에 

작은 풀꽃들이 반가워 못살아

책갈피마다

꽃잎, 나뭇잎 모으는 여자

 

보랏빛 파르르 추운 제비꽃

손대면 꽃물 되어 없어지는

달개비 맹꽃 같은 여자

 

- ‘ 女子의 일부

 

화자가 자연을 산책하고 있는 모습이다. ‘작은 풀꽃들만 보아도 반가워 책갈피마다 꽃잎나뭇잎을 모으는 여자이다. ‘보랏빛 파르르 추운 제비꽃 / 손대면 꽃물 되어 없어지는 / 달개비 맹꽃 같은 여자라는 표현을 하면서 화자는 손대면 사그러져 없어지는 물방울 같은 한 여자를 이야기 하고 있다.

 

낙엽 지는 

가을엔 울고 싶어라

인생은 한갓 허무한 희망

 

날은

갈수록 쓸쓸하고

떨어지는 꽃잎 애달퍼

 

-중략

날아 오르지 못한 

나의 꿈들아

 

이제 떠나 거라

 

- ‘나의 꿈들아의 일부

 

화자는 지는 꽃잎을 애달파 하고 있다. 여기에서 꽃잎은 이루어야 할 꿈이고 또한 이루지 못한 꿈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의 가을, ‘날아오르지 못한꿈들은 차라리 지는 낙엽처럼 떠나라고 말한다. 이렇듯 자연을 인생에 비유하며 표현하고 있는데 자연과 삶은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 생략

 

 종소리 

한달음에 내닫던 점심시간

화로위에 보글보글 된장찌개

 기다리던

유년의

 따수운 날들

 

- ‘ 따수운 날들

 

학교종이 울리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가면 맞아주던 풍경하나. 화로위에서 보글보글 끊던 된장찌개가 있는 점심시간이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유년의 따수운 날들이다.

사르륵 사르르 꽃눈이 내려요

소르르 소르르 봄비가 내려요

 

대지의 살갗 밑에 잠자던 새싹들

쏘오옥 

기지개 켜는 소리

 

몽올몽올 꽃망울 맺는 소리

봉글봉글 꽃잎 벙그는 소리

 

꽃나비 팔랑팔랑

날개  소리

 

저만큼 들녘에

아른아른 아지랑이 소리

 

님이여 사랑이여

미소를 뿌리세요

 

사무치게 아리따운

황홀한 

봄을 위하여

 

- ‘봄이 오는 소리전문

 

이 작품은 화자가 자연을 잘 표현하고 있는 풍경이다. ‘사르륵 사르르’, ‘소르르 소르르’, ‘쏘오옥  몽올몽올’, ‘봉글봉글’, ‘팔랑팔랑등과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함으로써 봄날의 생동감과 생명력의 움직임을 보이게 한다. 이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새싹이 돋고, 꽃이 피어나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봄의 모습이 영상으로 읽혀진다.

 

- 생략

 

고독도 쓸쓸함도

숲에 흩어버리고

 치마 속적삼으로

달빛 흠뻑 적시며

훨훨 정신없이 쏘다녀라

 

까무러치게 지치면

슬픔처럼 

희슴프레 껑충히 서있는

 하얀 숨결에 

몸을 통째로 맞기고 기대어보라

 

 

가슴 서늘한 시린 핏줄이 

 심장에 전율 하리라

 

- 하략

 

- ‘자작나무 숲에서의 일부

 

자작나무하면 왠지 신성하고 성스럽게 여겨진다. 그래서 샤머니즘의 발상지 바이칼에서는 자작나무 숲에서 소원을 빌었다고도 한다. 화자는 고독하고 쓸쓸함을 자작나무 숲에 흩어버리고 있는 중이다. ‘속적삼이 흠뻑 젖도록’ ‘정신없이 쏘다니고있다. 그러다 까무러치게지쳐 자작나무에 몸을 기대면 자작나무에서 전해져 오는 느낌은 심장에 전율로 다가 올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고독함이나, 쓸쓸함이나 힘든 일이 왜 없으랴. 그러다 자기 스스로 파놓은 웅덩이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 자연에 맡겨두면 몸과 마음은 치유가 된다는 사실을 화자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단풍 붉은 

가을 산에 

몸을 쉬이면

 

볼도 붉고

몸도 붉고

 

가을 산 깊은골

계류에 손을 담그면 

 

단풍잎도 흐르고

 시린 손도 흐물흐물 

핏빛으로 흘러간다 

 

- 하략

 

- ‘가을 의 일부

 

봄이 생명력으로 꿈틀대고 생동력이 있는 풍경이라면 가을의 모습은 어떠할까. ‘단풍 붉은가을 산에 몸을 맡기면 볼도’, ‘몸도단풍처럼 붉게 물든다고 표현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흐르는 계류에 손을 담그면 시린 손도 단풍과 함께 흘러간다.

어느 시인은 가을을 불붙은 산이라 표현하기도 했지만, 화자는 이 붉고 아름다운 풍경에 전이되고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다. 이렇듯 우리 삶은 자연을 벗어나선 살 수 없는 것이다.

 

날더러  꾸라시네

그래요 

님이 그리 하라시면 하지요

고운  예쁜  마음껏 꾸지요

 

노을  나래 옷 떨쳐 입고

 

서쪽 하늘 곱게 물든 저녁이면

황금 물결 위에 춤추는 나비되고

 

- 하략

 

- ‘님은 날더러  꾸라시네의 일부

 

날더러  꾸라시네 / 그래요 / 님이 그리 하라시면 하지요화자는 꿈꾸라 하면 그리하겠노라 말하고 있다. ‘꿈꾸라말하는 절대자나 자연이란 대상에 순종하며 사는 삶의 모습으로 읽혀진다.

꼭 겪고 지나야 할 일이라면 그것이 좋은 일이든 힘든 일이 든 즐겨 볼일이다. 이렇게 순종하여 황금 물결 위에 춤추는 아름다운 꿈속의 새가 고 나비가 되리라.

 

 

지금까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권오정 시인의 작품은 자연과 삶을 잘 연결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삶의 아름다운 가치와 의미를 예리하게 찾아내고 있다. 시를 창작하는데 있어 적절한 소재와 詩語를 찾아 쓰려고 하는 노력은 좋은 작품의 밑거름으로 축적 될 것이다.

 

 

 

그림과

 

 

그 누가

그림은 소리 없는 시요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라 했지요

 

그림은 무언가

그리워서 그리고

그리움은 텅 빈 마음이겠지요

 

시가 있는 그림

그림이 있는 시

 

시란 언어의 예술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의

소박한 심상을 그린 것

 

한 줄의 시가

우리를 맑고 깊게 합니다

 

<序文>

 

 

 

백두대간

 

국토의 등줄기 태백산맥 아래

 

春陽木古村 춘양에 자라나

 

 

 

그러저러 살다가

 

한 자락 글을 그리노라

 

유년의 추억이 자란

 

 

 

냇 마을 냇바람

 

들 마을 들바람

 

산 마을 솔바람 그리워

 

 

 

이러저러

 

시 한수를 쓰노라

 

어린 동심이 자라고

 

푸르른 계절도 가고

 

 

 

세월은 흐르고

 

 

 

냇강도 흘러 흘러

 

바다에 이르러

 

포말되어 부서지는데

 

 

 

내 그대들에게

 

졸필로 쓴

 

한 권의 를 드리노라

 

 

 

己丑年 仲秋佳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