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에서 다시 읽다
한계령에 올라 내가 쓴 글을 읽어 본다
너무 강하다는 느낌도 들고 아직도 느슨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시를 여기저기서 읽고 다니는데 한계령 1004m 그 자리에서 다시 읽어본다
다시 고쳐야 할 부분은 없는가
글만큼 한 자 한 자 새기면서 한계령에 누는 아니 되는가
남 앞에 나서서 읽는데 몸가짐은 잡았는가
글만큼 치열했었는가
이 시를 썼던 그 자리에 따끈한 차 한잔을 놓고 다시 읽어본다
한계령 1004
박 영 대
내 몫을 내려놓기 위해 한계령 쉼터에 짐을 부린다
골짜기로 지고 온 구비구비 세간 살이 걱정도
체면에 발목 잡혀 연연했던 인연도
1004 바람 앞에서 내 생 어디쯤인지 헤아려본다
늘 오르막이었던 맨 정신으로 봉우리 하나 장식하기 위해
저지른 막무가내가 여태까지 걸어온 억지였다
돌부리의 갈증을 먹고 버틴 풀뿌리
모질게 고아낸 즙이 벼랑 앞에 선 짐승의 비명을 살려낼 수 있을까
내게만 관대하게 눈 감아온 면책, 면책의 목록
연이어 불거져 나온 옹이가 암벽으로 솟아 하늘 줄에 걸려 표백되고 있다
창창해서 더 생생한 깎아지른 바위의 눈물
내 몫만치 꼭 버리고 가야 할 다짐길
여기 아니면 다시는 못 버리고 또다시 도루묵이 될 것만 같아
속죄의 죄값을 산 그리메 원근처럼 둥글게 벼리고 있다
솟아 나온 것이 아니라 살포시 내려온 하늘의 뜻
이만큼은 지고 온 내 짐을 곱게 받아 주실는지
오르기 전에는 모르고 그냥 왔는데
여기서부터가 가장 낮은 시작이었다.
내 몫을 내려놓기 위해
골짜기로 지고 온
체면에 발목 잡혀...
봉우리 하나 장식하기 위해...
하늘 줄에 걸려 표백되고.
살포시 내려온 하늘의 뜻
한계령 1004m
내 몫만치 버리고 가야할..
내 짐을 받아 주실런지.
내게만 관대하게 눈 감아온..
창창해서 더 생생한
한계령 쉼터에 짐을 부린다
깎아지른 바위의 눈물
여기 아니면 다시는 못 버리고 ...
산그리메 원근처럼 둥글게..
속죄의 죄값
곱게 받아 주실런지
세간 살이 걱정도..
체면에 발목 잡혀.
맨 정신으로..
바위의 눈물
모질게 고아낸 ..
연이어 불거져 나온 옹이
짐승의 비명을 살려낼 수 있을까.
버리고 가야할 다짐길
면책의 목록
눈 감아 온 면책
암벽으로 솟아
가장 낮은 시작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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