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어촌 일기- 조한풍

권운영 2018. 9. 18. 09:42

어촌 일기 • 1

 

 

1.


 뜨면 

 어머니 편물기 소리가

은은한 바닷가에서

해류의 맥을 짚고 계셨지

 

우리들 눈빛으로도

조금은  푸르게 물들인 바다

 바다에서 바람이 일면

닻을 걷어 출어를 한다 하신다 하셨지

 

바다를 일구어

바다에서  뿌리는 이는

바람소리 하나 놓치지 않는 귀를 가졌다

바다를 가꾸어

바다의 열매를 거두는 이는

노을  조각 놓치지 않는 눈을 가졌다

 

달과 

별들의 움직임을 

헤아리는 밤에는

안개 자욱한 기침소리.

 

 

2.


밝아오는 새벽 

장대 끝에선 오색 깃발 나부끼고 

갑판 위에서는 

그물코의 해초 잎을 뜯으시며

바다의 동화를 엮고 계시겠지

 

바다 속에도

치솟은 산과 

열려진 들이 있고

바다 속에도 언덕과 계곡

 사이

흐르고 있는 강물이 있다는 것을

 

우리들이 잠들 적에

 바다에서 바다  

  물속에서

은어 떼의 수맥을 캐고

파둥거리는 사금파리를 건진다

엊그제 꿈속에서 

용궁의 여의주

, , 떨어지는 그물을 당긴다 

 

 

3.


해안선

자갈밭을 밟으며

 편으로 발돋움하면

바닷가에선 물구나무섰다가 

자꾸만 쓰러지는 바람과 

어두운 밤을 

서낭당 촛불로 야위신

희끗한 어머니 얼굴

 

어머니 -

정화수론 피나무 

  바람이라면 어떨까요

 너머 사람들은 땅속에서

황금을 캐고

우리는 바다 속에서 식량을 건진다

 건너 사람들은 숲에서

푸른 과일 거두고

우리는 바다 속에서 싱싱한 생선을 건진다.

 

 

 

 

어촌 일기 • 2

 

 

1.

 

동트는 모래 언덕

동백 숲을 헤치면

 

밤새 손질하시던

낚싯줄 물레소리가 아른한

바닷가에서

 

하늬바람  폭을

적삼에 여미시며 저울질하시는

어머니 모습

 

하늘 아래  끝과

바다   끝에서

은밀히 속삭이는 물결소리

가만

엿듣고 계셨지

 

썰물에

바다 밑으로

바다 밑으로만 드러나는

숨겨놓은 벌판

하늘과 맞닿는 순간을

기다리고 계셨지

 

 

2.

 

바다를 가르며

수평선까지 펼쳐지는 검은 

바위산과 

계곡 사이 흐르는

바다 속의 

 

검붉은 바다  언덕 너머

갈매기  치는 갯밭을

물길 쫓아 치달리는

걸음

 

저희들 눈길이

  뭍으로만 설레이는

영근  이랑처럼

출렁이는 

물고랑에서 

주렁주렁한 조개를 건져 올리고

 

자맥질한

열길 물속 푸른 해초 잎을

 아름 거두어 이신

소금 서린 어머니 이마

 

     어머니 -, 하면

     메아리도 없는 서쪽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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