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일기 • 1
1.
눈 뜨면
늘 어머니 편물기 소리가
은은한 바닷가에서
해류의 맥을 짚고 계셨지
우리들 눈빛으로도
조금은 더 푸르게 물들인 바다
그 바다에서 바람이 일면
닻을 걷어 출어를 한다 하신다 하셨지
바다를 일구어
바다에서 씨 뿌리는 이는
바람소리 하나 놓치지 않는 귀를 가졌다
바다를 가꾸어
바다의 열매를 거두는 이는
노을 한 조각 놓치지 않는 눈을 가졌다
달과
별들의 움직임을
헤아리는 밤에는
안개 자욱한 기침소리.
2.
밝아오는 새벽 녘
장대 끝에선 오색 깃발 나부끼고
갑판 위에서는
그물코의 해초 잎을 뜯으시며
바다의 동화를 엮고 계시겠지
바다 속에도
치솟은 산과 산
열려진 들이 있고
바다 속에도 언덕과 계곡
그 사이
흐르고 있는 강물이 있다는 것을
우리들이 잠들 적에
이 바다에서 바다 저 끝
수 길 물속에서
은어 떼의 수맥을 캐고
파둥거리는 사금파리를 건진다
엊그제 꿈속에서 본
용궁의 여의주
뚝, 뚝, 떨어지는 그물을 당긴다
3.
해안선
자갈밭을 밟으며
저 편으로 발돋움하면
바닷가에선 물구나무섰다가
자꾸만 쓰러지는 바람과
어두운 밤을
서낭당 촛불로 야위신
희끗한 어머니 얼굴
어머니 -
정화수론 피나무 숲
한 줌 바람이라면 어떨까요
저 너머 사람들은 땅속에서
황금을 캐고
우리는 바다 속에서 식량을 건진다
저 건너 사람들은 숲에서
푸른 과일 거두고
우리는 바다 속에서 싱싱한 생선을 건진다.
어촌 일기 • 2
1.
동트는 모래 언덕
동백 숲을 헤치면
밤새 손질하시던
낚싯줄 물레소리가 아른한
바닷가에서
하늬바람 한 폭을
적삼에 여미시며 저울질하시는
어머니 모습
하늘 아래 땅 끝과
바다 밑 땅 끝에서
은밀히 속삭이는 물결소리
가만
엿듣고 계셨지
썰물에
바다 밑으로
바다 밑으로만 드러나는
숨겨놓은 벌판
하늘과 맞닿는 순간을
기다리고 계셨지
2.
바다를 가르며
수평선까지 펼쳐지는 검은 흙
바위산과
계곡 사이 흐르는
바다 속의 강
검붉은 바다 풀 언덕 너머
갈매기 깃 치는 갯밭을
물길 쫓아 치달리는
걸음
저희들 눈길이
저 편 뭍으로만 설레이는
영근 꿈 이랑처럼
출렁이는 뻘
물고랑에서
주렁주렁한 조개를 건져 올리고
자맥질한
열길 물속 푸른 해초 잎을
한 아름 거두어 이신
소금 서린 어머니 이마
어머니 -, 하면
메아리도 없는 서쪽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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