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억새1
송태한
처음엔
그저 멀끔한 언덕이 싫어
물가로 내려와 속삭이는 모습 보았는데
그 후엔
바닥까지 마른 눈물로
저녁나절 부대끼는 서러운 울음 들었는데
그리고 마지막엔
허허로운 이승의 응어리 쏟아내려
산등성이 하늬바람 데려와
신명나게 벌이는 춤사위인 줄 알았는데
그게 다 아니었네
감춰둔 둥지 속 새알처럼
어느새 네 안에 자라난 그리움
그 불씨 고이 지켜내려
사악사악 손 비비고 휘휘 불며
뜨거운 노래 불 지피고 있었던 것을
* 청남대를 기억하며
휴가
송태한
저에게 오세요
땀에 절은 이불 뒤집어 쓰고 늦장 부리던 그대
오솔길 끄트머리 고개 내민 저의 뜨락으로 건너오세요
그을은 낯빛으로 저 역시 오후 지나도록 싸다녔죠
해거름 하사분한눈썹 그늘에 잠겨 보세요
가쁜 시계 소리 멈춰 세우고
몰디브 산호 바다 같은 카타르시스에 사르르 눈 붙여 보세요
발바닥부터 온몸으로 져려오는 케논 변주곡의 눈물 의사 처방전 약 봉지 말고
사막의 샘물 한 동이 그대 몸에 부어 주는 시종이 될께요
간들바람 새어드는 해먹에 구름처럼 안겨 보세요
먹빛 울음 딱지 떼어내고 하루종일 꽃잎 이부자리에 뒹굴어 보세요
한적한 저의 주소를 들고 아물아물 맨발로 걸어 오세요
물안개처럼 냇가의 새처럼 먹먹한 가슴 타는 발 자르르 담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