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녀// 조 한 풍
올해는 풍년이 든다는
섣달 대설에 흰 눈이 내려 쌓였으니
분명 푸른 적삼
고쟁이 아래로 하얗게 드러난
보리 발등을 밟으려
그녀가 올 것이다
햇무리 진 투명한 얼음 속
캄캄한 지옥의 속살을 파내고
혼백이 흩어질 황토에
서너 말 희디흰 빛살을 섞었다
다시 잰걸음으로 달려서
대숲에서 곤두박질치는
한 아름 바람을 안아다가
서걱거리는 마른 갈대에 엮어놓고
물길이 빠져나갈 고랑을 쳤다
그리고 그 위로 이랑을 세워서
가슴 늑간에 깨알 같이 박혔던
그리움을 털어보았다
한 말 가웃 쏟아진
그동안 말하지 못한
언어의 씨앗
영혼의 땀으로 발아될 때까지
서산으로 잦아드는 노을과
구천을 넘어가는 산사의 종소리가
환히 비치는 비닐 안처럼
내 진실의 샘에서 헹구어 낸 수실로
이 가슴에 하우스를 칠 것이다
그녀는 아마
밀려드는 바다의 물살처럼
지상으로 내민 설록의 잎새를
이승으로 석방되는
생명이라 여길 것이 틀림없다
온 몸에서 뾰족뾰족
푸른 부리로 아우성치는 시상의 싹들
그것들을 솎아주기 위해서라도
내 곁에 머물 것이다.
(2017년 02월 01일 조한풍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