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봄처녀/조 한 풍

권운영 2017. 2. 2. 21:57

봄처녀// 조 한 풍

올해는 풍년이 든다는

섣달 대설에 흰 눈이 내려 쌓였으니

분명 푸른 적삼

고쟁이 아래로 하얗게 드러난

보리 발등을 밟으려

그녀가 올 것이다

햇무리 진 투명한 얼음 속

캄캄한 지옥의 속살을 파내고

혼백이 흩어질 황토에

서너 말 희디흰 빛살을 섞었다

다시 잰걸음으로 달려서

대숲에서 곤두박질치는

한 아름 바람을 안아다가

서걱거리는 마른 갈대에 엮어놓고

물길이 빠져나갈 고랑을 쳤다

그리고 그 위로 이랑을 세워서

가슴 늑간에 깨알 같이 박혔던

그리움을 털어보았다

한 말 가웃 쏟아진

그동안 말하지 못한

언어의 씨앗

영혼의 땀으로 발아될 때까지

서산으로 잦아드는 노을과

구천을 넘어가는 산사의 종소리가

환히 비치는 비닐 안처럼

내 진실의 샘에서 헹구어 낸 수실로

이 가슴에 하우스를 칠 것이다

그녀는 아마

밀려드는 바다의 물살처럼

지상으로 내민 설록의 잎새를

이승으로 석방되는

생명이라 여길 것이 틀림없다

온 몸에서 뾰족뾰족

푸른 부리로 아우성치는 시상의 싹들

그것들을 솎아주기 위해서라도

내 곁에 머물 것이다.

(2017년 02월 01일 조한풍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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