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없는 사랑은 무모하고 사랑없는 지혜는 독선적이다
'신라
경덕왕이 백률사로 거동하시어 금강산 밑에 다달으니
땅 속에서 염불소리가 났다.왕은 괴이하게 여겨 땅을 파게 하였더니,
밑에서 큰
돌이 나왔는데,
사면에 모두 불, 보살이 새겨져 있으므로 그 곳에 절을 세우고
절 이름을 굴불사(掘佛寺)라 하였다.
지금(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쓸 당시)은 잘못 불러
굴석(掘石)이라고 한다'고 기록(『삼국유사』 제3권 탑과 불상)된
불상 조각이, 백률사 들머리 동천동 '군부대 자리'
동쪽 경포산업우회도로에서 100m정도 떨어진 산자락에 남아있다.
동서남북 4면에 모두 불, 보살이 새겨져 있어 보물 121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아미타여래를 새기고,
여래의 양편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다른 돌로 두리 새김하여 세웠다.
아미타여래의 몸체는 바위 면에 새기고,
머리는 다른 돌에 새겨 얹었다.
동쪽면에는 동방 유리광 세계의 약사여래로 앉은
모습의 돋을 새김하였다.
북면에는 좌우로 보살상이 새겨져 있는데,
오른쪽에는 선 새김으로 11면 관세음보살상을 새겼다.
왼쪽에는 돋을 새김으로 서있는 보살상을 새겼는데,
무슨 보살인지 알지 못한다.
남면에는 서 있는 여래상과 보살상을 돋을
새김했는데,
많이 파손되어 무슨 상인지 모른다.
아미타여래는 극락 세계 부처님으로 우리 인간 세상에서
48가지 좋은 점만 따서 서쪽에
극락 세계를 이룩해놓고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이름만 불러도 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 세계로 데려다가 편하고 즐겁게 해준다는
부처님이다.
‘나무, 혹은 남무(南無)’는 인도 범어를 소리나는 대로
한문으로 적은 말인데, 뜻으로 번역하면
‘귀의(歸依)한다’는 뜻이다. 쉽게 풀이하면,
‘내 몸과 마음을 부처님께 모두
맡긴다’ ‘
모든 것을 믿고 드린다’는 뜻이다. 그러니 염불할 때의
‘나무’는 땅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요,
남무(南無)는
‘남쪽에 아무 것도 없다’는 뜻글로서의 의미는 더욱 아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을 연달아 염불하는
것은,
아미타불의 사랑을 실천하는 관세음보살에게
나를 의탁한다고 염불한 뒤,
그 윗분인 아미타여래에게 귀의한다는 염불이다.
사람 몸을 빌어 이 세상에 모습을 들어낸 석가여래 외에도
많은 부처님이 계시는데, 부처는 우리 인간들과 차원이 다르므로,
인간의 염원을 막바로 부처에게 전달할 수는 없다.
그래서 부처가 되려고 착한 일을 하는 보살이
중재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관세음보살을 먼저 부르고(나무관세음보살),
그를 통해서 아미타불에게
― 염불하는 사람의 ―뜻이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염불하는 것이다.
가톨릭이나 기독교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로 기도를 마쳐,
간구하는 바가 하느님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아미타여래(如來나 佛이나 다같이 부처를 나타내는 말)의
왼편에 서 계신 관세음보살은
아미타여래의 사랑을 받들어 세상을
보살피는 보살이고,
오른 편에 서 계신 대세지보살은
아미타여래의 지혜를 받들어 세상을 보살피는 보살이다.
형상으로 나타낼 때는 머리에 쓴 보관 앞면에
아미타여래상을
나타낸 모습이 관세음보살이고,
손에 정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 대세지보살상이다.
지혜가 없는 맹목적인 사랑은 독선적이어서
무모한 짓을 할 수도 있고,
사랑이 없는 지혜는 자기나 자기가 속한 집단만을
위하는
독불장군이 되어 이웃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종교에서는 지혜로운 사랑을 베푸는 것을 가장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그래야만 극락도 가고 천당도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아미타여래의
왼편에는 사랑인 관세음보살,
오른쪽에는 지혜인 대세지보살이 같이
있는 것이다.
방향을 나타낼 때, 왼쪽이나 오른쪽은 대상을 주체로 해서 말한다.
즉 사진으로 볼 때 나한테서 오른쪽에 있는
것이,
대상 자체를 주체로 삼았을 때는 왼쪽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좌우로서 순위를 정할 때,
왼쪽이 먼저고 오른쪽이
나중이다.
조선시대 관직에서 영의정 다음이 좌의정, 그 다음이 우의정이다.
그러나 서양식은 오른쪽(right)이 먼저고,
왼쪽(left)이 그 다음이다. ‘
하느님 오른편에 앉아 계시는 주’를 예수님 위치로
설정한 것이 그것이다.
약사여래(藥師如來)는 유리처럼 맑고 깨끗한 동쪽에 12가지 소원을
모아 유리광
세계(琉璃光世界)를 이룩하셨는데
그 중에는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주신다는 소원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육체와 정신이 병들어
시달리지 않은 사
람이 없기 때문에 종교에서 병을 치유하는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기독교의 신약성서
「마태오의 복음서」에는
'예수께서 나병환자를 낫게 하신 일을 비롯해,
중풍병자ㆍ마귀들린 사람ㆍ눈먼 소경ㆍ 벙어리ㆍ
손이
오그라든 사람 등 온갖 병자들을 낫게 하셨다.'한다.
천도교 교주 수운 최제우 대선사게서는 때때로 아픈 사람에게,
창호지에 부적을
적어주면서,
불에 태워 그 재를 마시도록 하여 병을 낫게 하였다.
즉 마음 心자 초서를 주사(朱沙)로 쓴 것인데 주사는
한약재로 쓰는 광물이다.
약사여래는 왼손에 약그릇을 들고 오른손은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하고 있다.
부처님의 손 모양을 수인(手印)이라 하는데,
손도장과 같이 인간에 대한 분명한 약속을
표시한 것이다.
그 가운데 시무외인(施無畏印)은 두려움을 없애주겠다는 약속인데,
오른손을 들어 바닥을 앞으로 하고 손가락이 위로
올라간 형상이다.
북면에 있는 관세음보살상은 선 새김인데,
머리 위에 작은 얼굴이 열하나 있으므로 11면 관세음보살이라 부른다.
우리 인간의 11가지 걱정거리를 없애고,
11가지 기쁨을 선사한다는 보살이다.
또한 팔[譬]이 여섯이나
되는데,
이것은 인간을 구제하는데 많은 팔이 있어야 된다는 표시다.
우리 나라에서는 단 하나 밖에 없는 상으로
11면6비
관세음보살상이라 부른다.
이 사면불은 두리 새김, 돋을 새김,
선 새김으로 불, 보살들을 표현했기 때문에 둘레를 한바퀴
돌면서
염불하면 한꺼번에 여러 가지 과보를 받게 된다는
착상에서 나온 것이다.
제작 시기는 8세기 중엽으로 신라 미술 문화의
황금기였고,
조각이 아름답고 당당할 뿐더러 유례가 드문 매우
귀중한 유적,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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