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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가 사랑한 나무

권운영 2016. 6. 27. 07:45





‘나무 세기’를 통해 새로운 인문학 공부법을 제시한 나무인문학자 강판권. 나무를 통해 중국의 고전을 새롭게 읽어내며 수학樹學이라는 자신만의 학문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조선 선비들의 삶에 다가갔다. 나무를 통해 수양한 성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선비가 사랑한 나무’이다.   

이 책은 나무의 본성을 이해하고 그 나무를 사랑했던 선비들의 철학을 살피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독자로 하여금 그 공부의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을 오늘의 삶에 투영하도록 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은행나무가 그토록 오랫동안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살았기 때문이다. 나무는 결코 누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한순간도 하늘이 부여한 본성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간다. 바로 경敬의 원리이다. 은행나무는 경 공부를 통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실천자이다.

저자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살아가는 나무는 그 자체로 천지의 원리를 터득한 존재’라고 정의하며 나무를 위기지학爲己之學을 실천하는 존재로 설명한다. 나무는 하늘이 부여한 본성, 즉 천명天命대로 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나무처럼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삶의 이치이자, 우주의 원리이다. 인간 역시 나무와 같이 살고자 할 때 비로소 순리를 따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리학의 기본 원리, 인간의 참된 본성을 지키는 것을 삶의 지표로 삼아 끊임없이 자신을 수양한 선비들이야말로 나무처럼 살아간 존재라는 해석이다. 이 책은 결국 나무처럼 살아간 선비들의 이야기이자, 나무처럼 살아가는 삶에 대한 예찬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나무를 통한 근사近思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나무처럼 참된 본성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삶을 실천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혜로운 자는 미혹되지 않는다知者不惑”는 공자의 말처럼 어지러운 세상과 관계들 틈에서 삶의 지혜를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나무를 만나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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