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사시가 田園四時歌
[내용]
작자·연대 미상의 가사. 출전이 밝혀지지 않은 채, 가사자료집인 ≪상론가사문학 詳論歌辭文學≫에 소개되어 있다. 이이(李珥)의 작품이라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전원에서의 한가하고 유족한 삶을 춘·하·추·동 사계절의 추이에 따라 서술하였다.
총 163구로 봄 54구, 여름 31구, 가을 60구, 겨울 18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봄과 가을이 특히 길게 서술되어 있어, 봄·가을에 느끼는 정취에 작품의 비중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형식은 작품 전편에 걸쳐 4음4보격의 가사율격을 잘 지키고 있으나, 여름·가을 부분에 6음보격으로 늘어난 곳이 한두 군데 발견된다.
내용은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전원 속에 파묻혀 한가하고 유족한 삶을 살아가는 작자의 기쁨을 구가하고, 그러한 삶 속에서 임금을 생각하고 그 은덕을 기리며 부모를 공양하고 형제와 어울려 노는 태평성대를 읊었다. 즉, 인간의 행복한 삶을 자연과의 합일에서 찾으려 하고, 그러한 삶의 조화에서 오는 기쁨을 구가한 것이 작품의 주제이다.
이로써 볼 때 이 작품은 관직에서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전원의 한적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양반 계층이나 향촌 사족(士族)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내용 가운데 “편편한 백구들아 날려고 하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라 너를 따라 예 왔노라”라는 구절은 기왕의 시조작품 사설을 차용한 것인이다.
특히 이 구절은 12가사(十二歌詞)의 <백구사>의 서두이기도 하여, 조선 후기의 시가 작품들에 관용적인 공식구절로 널리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아 이 노래는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봄을 노래한 부분을 예로 들면,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졌으니/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을 들어가니/주먹 같은 고사리오 향기로운 곰취로다/빛 좋은 고비나물 맛좋은 어아리다/도라지 굵은 것과 삽주순 연한 것을/낱낱이 캐어내어 국 끓이고 나물 무쳐/취 한쌈 입에 넣고 국 한번 마시나니/입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도 아깝도다”에서 느낄 수 있듯이 농촌생활의 즐거움을 우리말 어휘를 십분 발휘하여 정감 있게 서술하기도 하였다.
화자는 이러한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하면서도 “구중한 우리 님도 이런 맛 알으시나/한 그릇 받들어서 불궐을 바라나니/어리다 내 마음이 헌근지성 절로 난다”고 하여 몸은 강호에 처해 있으나 마음은 항상 임금을 생각한다는 사대부적 정신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농촌생활을 노래하면서도 땀흘려 일하는 노동의 현장이나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한 현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대부가사에 속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