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바람/꽃 이야기

석산

권운영 2015. 7. 29. 19:46

상사화, 꽃무릇으로도 불리는 불타 오르듯 요염한 꽃 석산

 

 

 

9월 길을 가거나 산길에 산사로 향하는 길에 접어들면 이따금씩 만나지는 아름다운,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빛을 간직하여 요염하게 느껴지는 석산을 만나게됩니다.

 

석산 (石蒜.Lycoris radiata)/꽃무릇 백합목 수선화과의 구근류로서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이 원산인 다년초로 꽃이 무리지어 핀다하여 '꽃무릇' 또는 '가을가재무릇', 절에 많이 심어지기에 '중꽃', '중무릇' 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 식물입니다.

 

 

일반적으로 8월말부터 피기 시작해 9월 말이면 절정을 이루며 더러 10월 말까지 꽃을 볼 수 있기도 한데, 석산의 꽃은 붉은 색으로 피고, 잎이 먼저 피고 지고난 다음 꽃이 피는 일반적인 상사화와는 달리 잎이 없는 비늘줄기에서 잎보다 먼저 30cm 내외의 줄기 하나가 나오고 그 정상에 빨간색의 아름다운 꽃이 여러개 핀 후 잎이 돋아 겨우내 푸른 잎을 보여줍니다.

 

한방에서는 줄기를 약재로 쓰고 있으며 비늘줄기에는 알칼로이드 따위의 유독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이 성분을 제거하면 좋은 녹말을 얻을 수 있다고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산 군락지는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 함평 용천사, 등이라 하겠는데 여기저기 군락지를 합하여 무려 3만여 평으로 국내 최대규모인 불갑산 해불암은  온통 붉은 꽃물결이 되어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석산을 불교에서 '지상의 마지막 잎까지 말라 없어진 곳에서 화려한 영광의 꽃을 피운다' 하여 '피안화(彼岸花)' 라고도 부르는데 꽃무릇이 사찰 인근에 많은 것은 이름 뿐만이 아니라 그 쓰임새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석산의 뿌리에는 방부 효과가 있어 뿌리에서 낸 즙을 물감에 풀어 탱화를 그리거나 단청을 하면 좀이 슬지도 않고 색이 바래지도 않는다고 하며 또 전분을 채취하여 종이를 서로 붙이거나 책을 엮는데 필요한 강력한 접착제로 이용하였다고 하는데, 리코닌성분의 살균력 때문에 이 풀로 붙인 한지는 수천년이 지나도록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인쇄문화는 불경출판이 그 효시라 할 수있는데 불경을 인쇄, 제책하던 절에서 석산을 많이 심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석산은 외형의 화려함과는 달리 슬픈 사랑과 그리움을 지닌 애절한 꽃 중의 하나인데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서 잎과 꽃이 서로 평생 단한번도 만나지 못하는 것 때문입니다.

 

석산은 피기 시작해 보름 정도 만개한 뒤 꽃이 지게 되는데 꽃잎이 모두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푸른 잎이 하나 둘 돋아나 추운 겨울을 오롯이 견뎌내며 푸른잎을 유지하다 봄이되면 잎이 스러지고 여름을 지나 꽃이 피기를 기다리게 되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석산을 '상사화(相思花)'라 부르기도 합니다.

 

석산과 상사화는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점과 줄기까지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은데, 두 꽃은 확연히 다른 꽃이랍니다.

 

상사화는 칠석 전후하여 6∼8월에 연분홍이나 노란색의 나리꽃 모양의 꽃을 피우지만, 석산은 추석을 전후해 백로와 추분 사이 9~10월에 빨간 꽃잎 사이로 수술이 길게 나와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갈고리같이 생긴 붉은색의 꽃을 피우기에 개화 시기와 꽃의 색깔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석산은 묘지 근처에 많이 피기 때문인지 '지옥의 꽃' 또는 '죽은이의 꽃' 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데 아래와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옛날 어느 깊은 산속의 괴괴함만이 감도는 아담한 산사에,

속세를 떠나 오직 불도를 닦는데만 몰두하던 한 젊은 스님이 있었다.

 

유난히 장대같은 비가 쏟아져 내리던 어느 여름날,

이 고요한 산사에 속세의 한 젊고 아리따운 여인이 불공을 드리러 왔다가

비가 너무 쏟아져 산아래 마을로 내려가지 못하고

사찰 마당의 나무 아래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스님은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그 여인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게 되고

그때부터 스님의 혼자만의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날이 갈수록 수행도 하지 않고 식음도 전폐한채,

오직 그 여인에 대한 연모에 시름시름 가슴앓이를 하던 스님은

급기야 석달 열흘만에 선혈을 토하며 쓰러졌고,

결국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다.

 

함께 기거하던 노스님이 이를 불쌍히 여겨 양지쪽 언덕에 묻어 주었는데,

그 무덤에서 한포기의 풀이 자라났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

긴 꽃줄기에서 선홍색의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이 바로 젊은 스님이 죽을 때 토하며 흘린 피처럼 붉은 꽃 '석산' 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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