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구에서의 시 정의
2. 동양에서의 시 정의
3. 시의 정의
1. 서구에서의 시에 대한 정의
우리 시문학사에 있어서 시에 대한 정의는 주로 서구의 시문학 내지 그들의 시론에 의지해 왔음이 사실이다. 서구에서의 시의 출발은 그리이스어의 '포에시스'로 보고 있다. 그 말에는 행동과 창작의 뜻이 담겨 있다. 또 시인을 일컫기를 '포에타'라고 했는데, 이 말에도 창작하는 사람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시나 시인은 어원적으로 같은 뜻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덕수(文德守) 편저『세계문예대사전』에 나타난 시와 시인
고대 그리이스에서는 시란 집을 짓고 불을 붙이고 농사를 짓는 일과 동등한 일로 보았으며, 시인이란 논밭을 갈아서 일하는 대신에 주문을 외어 비를 내리게 하고 수확의 감사를 노래하는 데 전력을 다한 사람이었다. 이런 뜻에서 시인은 구체적인 시작품, 즉 포에마Poema-Poem를 만들어내는 제작자이며 기술자이나, 또 한편 내용면에서는 포에마의 본질인 포에시스Poesis는 인간의 최고선(最古善)인 행복의 문제, 즉 윤리적 내용을 포함하므로 모방자(模倣者)mimeta=Imitator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인의 이같은 이원성(二元性)에 입각하여 포에타Poeta와 미메타mimeta를 병용했다. 플라톤은 시인을 진리에서 먼 모방자라 했다. 즉 책상, 집 등의 사물의 이념을 만든 신(神)인 창조자Creator가 있고, 그 이념에 따라 실제의 책상, 집 등을 만드는 제작자maker가 있고, 그 제작자의 제작물을 모방해서 그림을 그리고 언어로 모방해서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는 것이다.
2. 동양에서의 시에 대한 정의
동양 일원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詩'라는 한자의 구조를 보면 '言'과 '寺'의 합자(合字)임을 알 수 있다. '言'은 모호한 소리인 '음(音)'이나 말을 나타내는 '담(談)'이 아닌 '분명하고 음조가 고른 말'을 뜻한다. '寺'는 '持'와 '志'의 뜻을 가지고 있다. '持'란 손을 움직여 일하는 것을 말하며 '志'는 '우리의 마음이 어떤 대상을 향해서 곧게 나감'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시라는 말 속에는 '손을 움직여 일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동양의 시에도 서구와 같은 창작이나 행동의 뜻이 담긴 동일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시의 정의
시의 어원 같은 것은 우리가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내리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엘리어트의 '시에 대한 정의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라는 말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이 말은 시대에 따라서, 시인에 따라서, 시의 종류에 따라서 시를 보는 안목이 모두 다름을 말해 준다. 그러므로 지극히 상식적인 시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밖에 없다.
"시란 인간의 사상과 정서를 유기적 구조를 지닌 운율적 언어로 형상화한 운문문학의 한 갈래이다."
더 알기 - 시에 대한 여러 정의들
*시 3백수에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사악함이 없다. ―『논어』 爲政篇
* 임금을 사랑하지 않고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며, 어지러운 시국을 아파하지 않고 퇴폐적 습속을 통분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단 진실을 찬미하고 거짓을 풍자하거나 선을 전하고 악을 징계하는 사상이 없으면 시가 아니다. ―『목민심서』
*시인의 소원은 가르치는 일, 또는 쾌락을 주는 일, 또는 둘을 겸하는 일.
― 호라티우스 『Ars poetica』
* 시는 평정한 상태에서 환기된 강력한 감정의 자발적 범람이다. ― 워즈워드
* 시는 미의 운율적 창조다. ― E.A.포우
* 시는 체험이다. ― R.M.릴케
* 시는 언어의 건축물이다. ― M.하이데거
* 시는 역설과 아이러니의 구성체다. ― 브룩스
* 시는 마음에서 우러난다고 한 것이 믿을 만하다. ― 이인로 『破閑集』
* 시는 함축되어 드러나지 않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희미한 글, 숨은 말로서
명백하고 통쾌하지 않은 것은 또한 시의 큰 병통이다. ― 서거정 『東人詩話』
* 무릇 시에 있어서는 자득(自得)이 귀하다. ― 이수광
*시인이 창작한 제2의 자연이 詩다. ― 조지훈
시의 분류
1. 형식상의 분류
2.내용상의 분류
1. 형식상의 분류
1) 정형시(定型詩)
정형시라 함은 시의 구조나 시구, 또는 리듬에 있어서 일정한 형식적 제약을 받는 시를 말한다. 동양의 정형시는 보통 음수율·음위율·압운(押韻)·음성률(음의 고저장단)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자수율에 의해서 지배되거나 음보율을 지닌 정형시다. 이런 정형시는 각 나라마다 제 나름대로의 언어적 특성이나 양식에 따라 고유한 형식을 갖는 것이 특성이다. 일본의 단가(短歌)는 5.7.5.7.7의 5구 31음의 자수율을 이루고 중국의 시는 절구(絶句)·율시(律詩)·배율(排律) 등의 제약을 받으며 정형시를 이룬다.
2) 자유시(自由詩)
자유시는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현대시의 형태를 말한다. 정형시가 지니는 리듬의 형식을 벗어난 연상률(聯想律)에 뿌리를 둔 시라 할 수 있다. 자유시의 시원을 그리이스나 로마의 산문예술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현대에서는 19세기에 일어난 시의 한 형태로 그 의미를 주고 있다. 19세기의 휘트먼Walt Whitman에서 시작하여, 프랑스의 보들레르 등의 상징주의 시인들에게서 전파되었고, 영국의 홉킨즈의 스프렁 리듬Sprung rhythm을 20세기 자유시의 효시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자유시는 최남선(崔南善)의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1908년) 이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한(朱耀翰)의 「불놀이」를 그 형식이나 작품의 문학성으로 보아 자유시의 효시로 삼고 있다.
2. 내용상의 분류
1) 서정시(抒情詩)
좁은 의미에서의 서정시란 순수한 감정 체험을 나타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언어의 의미 전달기능보다는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수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고대에서는 서사시나 극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서정시는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확립되어 있지 않았으나 근대에 와서 포우나 보들레르, 말라르메, 발레리 등으로 이어져 오면서 하나의 장르를 형성했다. 서정시는 개인적인 체험에 의해서 씌어진다. 개인적인 체험이란 말을 바꿔 말하면 주관적임을 뜻한다. 시인의 눈을 통하여 관찰되는 사물, 시인의 영감에 의하여 감지되는 순간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이 하나의 모티브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 서정시이다. 워즈워드는 그의 『서정시집(抒情詩集)』의 서문에서 '모든 좋은 시는 강한 감정의 자연발생적 표현이다'라고 했다. 감정의 중요성이 시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 주는 말이다.
2) 서사시(敍事詩)
신들이나 영웅들의 일화를 운문체로 장중하고 웅대하게 서술한 장시(長詩)를 서사시라고 한다. 서정시가 주관적인 데 반해 서사시는 객관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사시를 일컬어 희곡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희곡보다 그 영역이 넓고, 많은 사건을 구성할 수 있으며, 시간상으로는 과거에 속하는 일이나 사건을 다루는 것이 서사시이다. 서사시는 원시적 서사시(primitive epic)와 문학적 서사시(literary epic)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원시적 서사시는 민족 서사시, 영웅적 서사시란 말로, 문학적 서사시는 창작적 서사시, 예술적 서사시라 일컫기도 한다. 원시적 서사시는 대개 영웅들의 일화나 전설이 구전되어 오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서사시 형태로 굳어 버린 것이 많다. 거의가 민족 집단적인 배경 아래서 만들어졌으므로 작자 미상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호머Homer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라 하겠다. 이들 서사시는 오래도록 전승되어 오던 신화 속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지, 호머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창작적 독창성이 없다는 게 평론가들의 이야기이다. 중세의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Das Nibelungen Lied』 『롤랑의 노래LaChanson de Rolund』도 같은 성격의 것이다. 반면 문학적 서사시는 작가가 분명하고, 같은 영웅들의 생애를 읊었다 할지라도 예술 의식이 뚜렷하고 창작성이 깃든 것이라고 하겠다. 밀턴의 『실락원Paradise lost』, 단테의 『신곡Pivina Commedia』, 베르길리우스의 『아에네이스Aeneis』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사시의 형성은 12, 13세기에 되었다. 오세문(吳世文)의 『역대가(歷代歌)』, 이규보(李奎報)의 『동명왕(東明王)』,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帝王韻記)』가 모두 이 시대에 창작된 것이다.
3) 극시(劇詩)
극시는 서정시·서사시와 더불어 시의 3대 장르의 하나이다. 극시란 사전적 의미로 보면 극의 형식을 따오거나 극적인 수법을 사용하여 만든 시이다. 그러므로 극시는 희곡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극시는 무대에서 상연해서 극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하고 글로서 읽기에 적합한 것이 있다. 전자는 시극poetic drama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에 비해 글로서 읽기에 적당한 극시를 일명 Closet drama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대개 너무나 정교한 시적 요소가 강해서 무대에서 상연하기에 곤란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시극이나 극시를 같은 뜻으로 쓰고 있다. 또 우리들에게 극시보다 시극이란 말이 더 자주 쓰이고 친근하다.
극시의 연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극시를 비극·희극·희비극으로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고대에 운문으로 쓴 극들이 다 극시라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를 시인이라고 부른 것도 그가 운문으로 희곡을 썼기 때문이다. 문학이 운문과 산문으로 갈라지고, 근대에 와서는 산문 위주의 문학이 됨에 따라 극시도 희곡이란 이름으로 바꿔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시극 운동은 「시극동인회(詩劇同人會)」로부터 시작된다. 1963년에 만들어진 동인 단체로서 박용구(朴容九)·고원(高遠)·장호(章湖)·최재복(崔載福)·김정옥(金正鈺)·홍윤숙(洪允淑) 등이 그 중심이 되었다. 이 단체는 시극의 연구 및 창작 공연을 목적으로 삼고 제1회 공연은 장호의 『바다가 없는 항구』를, 그 밖에 무용시나 무대시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기도 했다.
시의 언어
1. 시적 언어와 일상적 언어
① 시적 언어 : 주관적·함축적·개인적·간접적
② 일상적 언어 : 객관적·개념적·비개인적·직접적
2. 시적 언어의 특징
시적 언어는 일상적 언어를 바탕으로 성립되지만 또 일상적 언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일상적 언어가 어휘의 지시적 의미를 중시하는데 반해 시의 언어는 함축적 의미를 중시한다. 또 시어는 반복되는 소리의 질서에 의한 리듬감을 지니며, 상징적 표현에 의해 하나의 표현이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다의성을 지니는 것도 시어만의 특징이다. 그 외 시어만의 특수한 언어 용법으로 시적 진실을 위해 일상적 진실을 파괴하는 사이비 진술의 기법과 시인의 특이한 정감이나 미적 효과를 위하여 일반적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 시적 허용 등이 있다.
1) 시어의 함축적 의미
함축적 의미는 대상을 정확하게 지시하기 위한 것(지시적 의미)이 아니라, 어떤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된 언어이며, 지시적 의미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의미를 더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어가 그 시에서 더 획득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 시어의 함축적 의미는 시의 문맥 속에서만 생명력을 가지므로, 시어의 전후 문맥과 시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정확한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더 알기 - 지시적 언어와 함축적 언어
★ 지시적 언어
① 지시적 기능을 가진 언어의 의미
② 실재하는 사물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1:1 대응 관계를 이루는 언어, 즉 사전적 의미
③ 과학적 언어가 이에 해당됨
★ 함축적 언어
① 암시적이고 주관적이며 간접적 의미
② 대상을 지시함과 함께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된 언어
③ 지시적 의미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의미를 더 획득하는 것으로
시어가 추구하는 의미
(예,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에서 '번지'의 의미-"구획된 땅의 번호"라는 의미에서 "문명, 자연적 삶의 터전"이라는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