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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비의 노래’

권운영 2020. 3. 2. 12:31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비의 노래’








            Seoul Arts Center 1997.03


           Kyung-Wha Chung /Itamar Golan - Brahms, Violin Sonata No.1 in G major, Op.78



    정경화는 1967년 카네기홀에서 열린 레벤트리트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줄리아드 음악원 동문, 핀커스 주커만과


공동우승으로 세계무대에 데뷔, 그 3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


 




   거리는 황량해지고 사람들 사이에 뭔가 모를 불신의 느낌이 드는 이즈음,


   비라도 쏟아져 바이러스를 다 씻어 내렸음 하는 바램으로.  


   비야 쏟아져라... 어두운 하늘에서 내리는 비, 비, 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비의 노래'를 들으며


   '음악은 10월의 오후처럼 쾌청하고 심오해야만 한다. 그것은 독창적이고 분방하고 부드러워야만 한다.


   또한 사랑스럽고 우아하여 마치 온유한 부인 같아야 한다.'는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쾌청하고 심오하고 사랑스럽고 우아하기에...




1879년 여름, 오스트리아의 푀르차흐에서 휴양 중이던 브람스는 오랜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한 번 연주해보세요. 온화하고 가벼운, 비 오는 저녁의 약간 달콤 씁쓸한 분위기가 날 겁니다." 자신의 집에서 연주해본 후  "어둠 속에서도 눈을 감고 들어야만 할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이군요."라고 답장을 했다한다.

사십넘어 발표한 첫 바이올린 소나타로 1878년 봄에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과도 연관있다. 휴양지 푀르차흐의 호수도 브람스의 마음속에서 추억의 모티프로 작용했을 것이다. 브람스의 기쁨과 슬픔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녹아있는.

부제인 '비의 노래'는 3악장이 브람스의 가곡 '비의 노래'에서 따왔고, 독일의 시인 클라우스 그로트(Klaus Groth)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으로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노래로 들어보는 것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  아래에 함께 소개한다.

제 경우는 이 곡의 3악장을 들으면서 시를 함께 읽으니 또 다른 감흥이...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물방울이 모래에 거품을 일으킬 때

나는 어린 시절 꾸었던 꿈들을

다시 떠올린다.

찌는 듯한 여름 무더위가

이따금 신선한 냉기와

이슬에 흠뻑 젖은 잎사귀

그리고 진한 푸른색으로 물든 들판에 맞서 발버둥 칠 때,

이 호우 속에

잔디밭을 맨발로 밟고 서 있을 때,

이 거품들에 손을 대어볼 때,

혹은 차가운 물방울들을 맞기 위해

뺨을 내밀 때,

그리고 그 싱그러운 공기를 가스에 품을 때의

환희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 들어가는 꽃봉오리처럼

영혼은 가슴을 활짝 열고 숨 쉰다.

향기에 취한 꽃처럼,

천국의 이슬에 흠뻑 젖는다.

심장부를 흔들며

증발해버리는 빗방울 하나하나,

은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안에

파고드는 우주만물의 신성함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빗방울이 바깥을 두드릴 때마다

우리가 문간에서 부르던

옛 노래들을 떠올린다.

나는 이 달콤하고 촉촉한 빗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성스럽고 순수한 경외감에

부드럽게 젖는 내 영혼  .....   클라우스 그로트 ‘비의 노래’



Brahms - Regenlied, song for voice & piano Op. 59-3


         


        Paris, Rainy Day at the Quai Voltaire
        Lesser Ury, 1928


                 

               Rainy Day, Sienna (also known as Campo Vittorio Emanuele, Siena)
              Maurice Prendergast, 1898-1899



           브람스가 머물던 휴양지 푀르차흐의 호수. 작곡에 영감을 주었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성공의 기쁨을 맛보았던 브람스가 자신감 있게 써 내려간 작품이 바로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이며, 

   ‘브람스 서클’의 일환이었던 엘리자베트 폰 헤어초겐베르크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음악이 가져다준 감동을

   “어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곧 눈물을 흘려야했다.” 라고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