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외씨버선길/ 김상화

권운영 2019. 6. 14. 17:35

외씨버선길 7코스엔
                (외씨버선길 제3편)

              루수/김상화

문학계의 별 조지훈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을 모두 둘러보았다. 지금서부터 우리는 외씨버선길을 트래킹할 것이다. 청정지역이라고 일컫는 영양군은 하늘이 내려준 보석보다 더 귀중한 땅이라고 했다. 이 곳은 지금도 여름이면 신비스럽게도 반딧불이 날아다닌다고 한다.  반딧불은 몸통의 뒷부분에 반짝이는 인(燐)의 불빛을 가진 곤충이다 . 숲속에서 떠다니는 반딧불은 마치 별을 보듯 아름답다. 1급 청정 지역이 아니면 서식할 수 없는 희귀한 곤충이다. 필자는 영양군의  산나물 축제로 인해 청정지역인 이곳을 밟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이 사정없이 밀려온다. 그래서 유년 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이  갑자기 머리에 송송 살아난다. 하늘에 별이 총총 박혀있는 것을 보며 필자는 자랐다. 지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 좋은 풍광을 공해로 인해 볼 수 없지만, 그 시절엔 보았다. 그러나 청정지역이란 감 히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때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는 나라  전체가 청정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칠흑 같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속삭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꿈도 키웠다. 그래서 유년 시절 필자의 가슴엔 꿈이란 희망이 있었고 행복이란 단어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여름밤 하늘을 수 놓은 반짝이는 별들을 보노라면 낭만이 흘렀다.   반짝반짝 눈을 깜빡이며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향해 사랑한다고 윙크를 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안겨주고 순수한 동심을 심어준다. 또한 연인들이 데이트할 땐 더 사랑스러운 애정을 표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 준다. 유년 시절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까만 하늘을 바라보면 무수히 많은 별이 먼 하늘에 떠 있다. 그중에  북두칠성도 보고 은하수도 본다. 은하수는 눈에서 다섯 뼘 정도 떨어져 있다. 그때 어머님께서는 "상화"야! 하시며 다정스럽게 부른다 . 응 엄마! 하면, 너 은하수가 어떤 것인 줄 아니? 저 강물이 흐르는 것같이 작은 별들이 빼곡히 떠 있는 것이 은하수란다. 그런데  말이지 저 은하수가 네 입과 일치하면 쌀밥을 먹는다고 한다. 그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다섯뼘 정도 떨어진 은하수가 내 입과 일치할 땐 가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밥의 반은 보리쌀이 섞였기 때문에 그 밥을 먹고 싶지 않아 은하수야 빨리 내 입과 마주쳐 다오 하고 소원을 빌기도 했다. 그러다 순식간에 잠이 들고 만다.  이렇게 어릴적 추억을 끌어내는 청정지역 영양에 와서 사랑하는 동료들과 외씨버선길을 트래킹하게 된 것이다.

외씨버선길은 경상북도 청송군의 주왕산국립공원부터 영양군, 봉화군과 강원도 철원군의 관풍헌까지 4개 지역에 있다. 총 길이 240km 를 연결하는 문화 생태탐방로이다. 1단계 사업으로 광역 연계 협력 사업에 선정되어 2010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조성하였으며, 2단계  사업으로 2013년 7월부터 2015년까지 지방자치단체 간 연계 협력사 업에 선정되어 사단법인 경북도 북부연구원과 4개의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여 조성하고 지속해서 관리 운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청정지역인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 군이 의견을 내고 힘을 합해서 외씨버선길을 찾아내고 만들어 냈다는 것은 대단한 역사적인 일이다. 이름을 지을 때는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서  표현한 보일 듯 말 듯한 외씨버선길이라 짓자고 의견을 내니 일초도 지나지 않아 요란한 박수로 통과되어 온 산천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 행정기관에서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이라 산천도 놀라고 숲도 놀 라고 이 지역 토박이 새들도 놀랐다고 한다. 외씨버선길은 오이씨처럼 볼이 조붓하고, 가름하여 맵시가 있는 버선이라는 의미이다.

영양군은 조상의 숭고한 얼이 담겨 있는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또한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없는 반딧불이 서식하며  밤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이 사랑을 속삭이는 곳이다. 별들은 우주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목말라 한다.  순수한 자연의  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양군은 고추 의 고향 이기도 하다. 이곳은 천혜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 영양은 대대로 충의 열사와 문인이 많이 배출된 유서 깊은 선비의  고장이다. 또한 영남의 영산인 해발 1,219m의 일월산을 중심으로 수려한 자연경관과 풍부한 문화 유적을 보전하고 있어 개발 잠재력이 풍부한 곳이다. 특산물은 고추, 사과, 담배, 천궁, 천마, 어수리 곰취나물, 산머루 등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일월산은 산세가 좋고 하늘에 우뚝 솟아 있으며 웅장하고 거대하다. 산 정상은 평평하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시간 관계로 올라가 보지를 못 하고 둘레 길만 맛보고 가야 한다. 동쪽으로는 동해와 울릉도가 바라보이고 해와 달이 솟는 것을 먼저 바라본다고 하여 일월산이라 부른다.

해피 가족은 외씨버선길로 들어섰다. 길 양쪽에 빼곡히 들어선 금강송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서 있다. 은은하게 내 뿜는 솔향은 바람에 실려 날아와 기분을 향기롭게 해준다. 이 산을 지키고 있는 금강 송은 자기만이 태고의 역사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원시림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장관을 이룬 금강송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새들의 놀이터 이자 안식처가 되어준다. 즐겁게 조잘대는 새소리는 무한대의 허공을 수놓고, 나뭇잎을 나부끼는 바람에 실려 날아온 솔 향은 정신세계를 무아지경( 無我之境)으로 만든다. 연인과 함께  이곳에서 데이트를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걷는 길이 오솔길이 아니라 아쉽다. 왜 딱딱한 콘크리트로 신작로를 만들어 놓았을까? 아! 이것이 흠이로구나!!  그러나 주어진 환경에 만족을 느끼며 오늘이란 귀한 시간을 힐링해야 한다. 해피 가족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다. 어느 팀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웃음이 하늘을 진동시키고 어떤 팀은 추억을 만들 사진 찍기 바쁘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팀은 자연을 노래하며 사색을 하듯 걷는다.

필자는 모처럼 이상갑 회장과 함께 걷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 나름대로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어떤 사람은 고약한 향기를 풍기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풍기는 향기가 너무도 향기로워 바라만 보아도 존경스러운 사람이 있다. 이상갑 회장은 후자에 속하는 향기의 소유자다. 누구에게나 선한 웃음을 선사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대한다.
오랜 세월을 사귀어 왔지만,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이 불쾌한 행동을  했다 해도 한 번도 인상을 쓰고 화를 내는 것을 본 적도 없다. 늘  베풀고 사는 것을 좋아하고 세상의 이치를 헤아릴 줄 아는 선한 마음씨의 소유자다. 식사를 다 한 뒤 구수한 숭늉을 마시면 텁텁했던  입안이 개운한 느낌을 주듯 숭늉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까? 또는 잘 익은 과일 중의 상큼한 레몬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향기 를 쏟아내는 해피 가족의 수장이기도 하다.

산허리를 걸으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감상한다. 새들의 노랫소리는  무슨 뜻인지는 알수는 없지만, 너무도 신비스러워 듣고 있는 것만 으로도 행복이 쏟아진다. 5월 들어 제 세상처럼 피어난 연초록의 나뭇잎은 신록의 계절답게 신선하다. 바위틈에서 고통을 참으며 예쁘 게 꽃을 피운 야생화가 뱉어낸 향기 또한 감미롭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까지 모진 비바람과 싸워야 했고 꽃망울이 세상을 향해 웃으려 할 때 얼마나 심한 진통을 겪었을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 이 문득 떠오른다. 자연은 그래서 바라보기만 해도 그냥 좋다. 그리고 자연은 무조건 좋은 감정을 대가 없이 우리 가슴에 심어 준다.  김삿갓처럼 한세상 떠돌이 생활을 하며 자연을 노래하는 방랑 생활 자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자연에 묻혀 살고 싶은 심정은 웬 일일까?
오늘은 본 산악회 장선덕 본부장 덕분에 외씨버선길이란 좋은 곳에  와서 힐링하고 산나물 축제도 보았다. 무엇보다 조지훈 시인의 생가도 구경하고 문학관도 잘 보았다. 이렇게 좋은 곳을 언제 발굴했는 지 모르지만 참 대단하다. 본부장 덕분에 이곳에 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워간다. 글로나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도로는 옛날의 국도였나보다. 길가 한편에  옛 국도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영양 28km"라고 쓴 빛바랜 이정 표가 수탈과 아픔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이길은 영양군 일월면과  봉화군 재산면을 잇는 옛 국도 31호선으로 일제강점기에 일월산에서  캐낸 광물을 봉화 장군광업소로 옮기기 위한 수탈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해방 이후 한동안 쓸모없이 내버려 졌던 이 도로는 1960년 대 들어 일월산과 영양지역 국유림에 대대적인 산판(벌목)이 활기를  띠면서 다시 분주해졌다. 한국 전쟁판에서 흘러나온 소위  "제무시(GM사 트럭)가 곧고 미끈한 육송을 가득 싣고 이 도로를 쉴 새 없이 넘나들던 삶의 애환과 땀방울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옆엔  글씨가 보일 둥 말 둥 희미하게 영양 28km라고 써 놓은 철로 만든  낡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 이정표는 무려 100년이 넘도록 이곳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영양군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목표했던 외씨버선길의 트래킹을 끝내고 아스팔트가 깔린 큰 도로까지 왔다. 그런데 이곳에서 영양군민의 젖줄인 반변천 발원지를 보았다. 일월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물이다. 반변천은 일월산(日月山)  해발 1,219m 동쪽 부근에서 발원(發源)하여 3개 읍면(邑面)을 지나고 13개의 지천(支川)과 합류하는 총길이 109.4km의 지방 2급 하천 이다. 발원지에서 남류(南流) 일월면 장군천을 만나 차츰 강의 형태를 보이다 영양읍을 지나 입암면 남이포(南怡浦)에서 동천과 합류하면서 수량(水量)이 풍부해지고 깊은 소(沼)를 형성한다. 마지막 지점인 입암면 흥구리를 뒤로하고 청송군(靑松君)을 지나 임하댐에서 다시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낙동강의 동쪽 원류(原流)이다.
반변천은 조선 시대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에 대천(大川)이라 기록되었으며 태백산맥의 남북방향을 따라 깊은 협곡(峽谷)을 이루며 흐르는 감입곡류(嵌入曲流)형으로 하천 주위에 비옥한 평야를 형 성해 풍족한 농산물을 제공하고,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청록파 조지훈 시인 등 여러 문인을 탄생시켰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영양 고유의 토종 어종 및 수달의 서식, 희귀동물의  서식 장소 제공 등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으로 우리 곁을 묵묵히  흘러가고 있는 영양군민의 젖줄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감히 접할 수 없는 토속 신앙의 본거지를 온 것 같다. 트래킹을 하면서 무속 전문 기도 도량 일월산 황 씨 부인당 천문사라는 간판을 몇군데서 보았다. 일월산은 우리나라 무속신앙의  본거지인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도 역시 해피 가족의 고문이신 이원갑 목사님께서는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추억을 만들어 주는데 열성을 다한다. 언제나 해피 가족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고문이시다. 자연을 음미(吟味)하며 특이한  장면은 놓치지 않고 사진기에 담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존경스럽다.
영양군 나물 축제도 보았고 조지훈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도 보았다.  또 외씨버선길이란 둘레길을 약 12km의 긴거리를 무사히 트래킹도 했다. 오늘은 해피 가족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많은 것을 소화했다. 그 래서 회원님들 덕분에 3편의 수필을 쓸 수 있었다. 특히 가냘픈  체구에도 불구하고 열과 성의를 다해 봉사한 김명순 총무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모든 임원과 회원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해피 가족 모두 사랑합니다.

                      2019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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