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육사의 시

권운영 2019. 5. 18. 16:26

이육사 문학관 -육사의 시 몇 편 |2019 춘계 문학기행

     




흣트러진 갈기
후주근한 눈
밤송이 가튼 털
오!먼길에 지친 말
채죽에 지친 말이여!

수굿한 목통
축처-진
서리에 번적이는 네굽
오! 구름을 헷치려는 말
새해에 소리칠 힌말이여!

『조선일보』, 1930.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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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간 노래


섯달에도 보름 달발근밤
압내江 어러 조이든밤에
내가부른 노래는 江건너갓소

江건너 하늘에 沙漠도 다은곳
내노래는 제비가티 날러서갓소

못이즐 게집애 집조차 업다기에
가기는 갓지만 어린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모래불에 러져 타서죽겟죠.

沙漠은 업시푸른하늘이 덥혀
눈물 먹은 별들이 조상오는밤

밤은옛일을무지개 보다곱게 내나니
한가락 여기두고 한가락 어데맨가
내가부른 노래는 그밤에 江건너갓소.

『비판』, 193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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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은 하늘도 다 끗나고
비 한방울 나리쟌는 그따에도
오히려 꼿츤 밝아케 되지안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업는 날이며

北쪽 「쓴도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깁히 꼿 맹아리가 옴작어려
제비떼 까마케 나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츰내 저버리지못할 約束이며!

한 마다 복판 용소슴 치는곧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꼿城에는
나븨처럼 醉하는 回想의 무리들아
오날 내 여기서 너를 불러보노라

자유신문, 194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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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마음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恩寵이 잠자고잇다.

힌돝(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절너 본다.
여기 바다의 雅量이 간직여잇다.

날근 그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大陸을 푸른 보로싼다.
여기 바다의 陰謀가 서리워잇다.

-八月二十三日

『육필원고-신석초 소장』, 『나라사랑』 16호(197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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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수건을 날여 부르고
난 단숨에 뛰여 달여서 왔겠죠

千金같이 무거운 엄마의사랑을
헛된 航圖에 역겨 보낸날

그래도 어진 太陽과 밤이면 뭇별들이
발아래 깃드려 오오

그나마 나라나라를 흘러 다니는
뱃사람들 부르는 望鄕歌

그야 창자를 끊으면 무얼하겠오

『주간 서울』, 1949.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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