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갈증에서 벗어난
탈속(脫俗)의 투명한 시혼(詩魂)
~권 오정 제3시집 백년의 미소~
김 효 동 시인(충북 문인 협회장 역임)
*열면서
권오정 시인은 자기의 시에 나름의 혼신을 다한 흔적이 뚜렷하다 그는 그만큼 삶의 대응이 성실하게 보인다
시창작뿐 아니라 시낭송 민화 문인화등 정열과 집념과 의지로 삶을 아름답고 보람차게 수놓고 있다
그의 제3시집 <백년의 미소 연화도>를 上梓하면서 시평론을 사양했으나 끝내 거절치 못하고 이렇게 펜을 들었다
분명한 것은 불굴의 의지와 열정,투명한 경상도 여성의 정서와 낭만이 서려있어 매력적이다
그의 시혼은 날카로운 서정과 애틋한 이미지가 그득히 담겨져 참신한 시인으로 알찬 문집을 발간하니 대견스럽고 장한 일이다 축하를 크고 넓게 보낸다
生成의 활력을 증언함 보다 消滅의 질서까지 소중한 삶의 진실임을 자아내는 詩 美學을 존중하려는 의도가 내재해있다
때로는 빛나는 영감이 각박한 현실을 능청스럽게 어루만지는 순수한 갈망과 상상력으로 피안의 유토피아를 그리는 모습이 살아 움직여 더욱 신선하다
꾸며진 삶이나 감상이 아닌 시인의 따스한 가슴을 통해 끊임없이 진실된 無慾의 세계를 노래하는 시가 마음에 와 닿아 혹여 累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붓을 잡는다
*가면서
1,언어의 운율적 창조의 신선미
문학작품의 제일차적 가치인 유희성 곧 재미는 상상력이 낳은 일상성에서의 개성적 탈출을 표현하는 언어의 신선미에서 온다
시라는 것이 아름다움의 운율적 창조라는 말은 대단히 중요한 시론이다. 이 아름다움에는 醜의 美까지 포함되어 있고 포우의 이론을 숙지하여 쓴 이는 상징주의 문을 연 보들레르이다
어떤 관념이나 사상을 구체적인 사물이나 심상을 통한 암시가 상징일 수 있기에 시인들도 포우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
“발길 멈추는 곳마다”이 시는 추억을 되돌려 살리고 잠시스친 옷자락에 밴, 심장의 영혼을 부르는 기도처럼 진솔하게 심금을 자극 한다
발길에 채이며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은 언어들을 그대로 늘어놓고 이게 시라고 보인다면 그것은 염치없는 것이다
독자들의 깊은 심성을 또는 잠든 의식을 깨우는 무엇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플 따름이오 그대 없음에 발길 멈추는 곳마다 그대 머풀러 휘날리고 있으니”
야릇한 여운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아 살바람 숲에 디딘 발자국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다
2,메마른 감정을 적시는 삶의 메시지
시는 감정의 流露라던 낭만 주의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다
21세기는 극단의 낭만주의도 주지주의도 모더니즘도 환영받지 못하는 디지털 시대로 각종 영상물 인터넷에 의해 시가 외면 당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감성과 지성이 적당히 조화된 시,감정을 이미지에 잘 형상화된 아름다운 시라면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시며 시에서 삶의 지표를 받아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바다와 고해성사”는 삶을 지탱해 주는 지주로 지나온 삶을 반추하게 하는 작품으로 영혼을 불러 고해성사의 두 손을 모으게 한다.
또한 사랑하는 영혼을 아름답게 그러기 위하여 합장을 풀고 있다
시다운 시란 두말할 것 없이 일상적 언어로 입에 발린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무엇인가 고민하게하고 상상력의 날개를 최대한 펼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넋두리처럼 표층적 의미로 일관하는 작품들을 쓰는 시인 들은 자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권 시인은 시가 왜 존재하는지 근본 부터 되 새겨 보는 안목과 식견으로 참다운 시창작을 하고 있는 것을 그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어 다행스럽다
3,무의미나 탈 관념을 배제하는 詩魂
시는 형식이다 라고 할 정도로 시의 형식은 중요시 된다,
내용과 의미를 아예 무시하는 감각주의 표현 경향도 있다
종래에는 대상이 감각 형상화하는 수준이 요구되었으나 극단적 형식주의는 시의 관념 제거를 요구하므로 언어란 감각적 형식만 남게 할수도 있다 사상과 감정은 본질상 무의미나 탈관념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심(無心) 그 풍류(風流)”에서 백화 흩날리는 무심천에서 애처롭고도 사랑스럽게 떨어져 내리는 “너를 안아 흐르니 무심타 탓하지 마라” 라는 글귀는 厭世 哲學者가 呱呱聲을 울리며 재생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슴깊이 파고드는 想念을 속절없이 소유하게 만들고 있다
可視的 세계를 보여 주는데 반해 상상의 세계 즉 불가시적 形而上의 정서를 열어 보이고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4,시는 영원한 짝사랑인가
사랑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이는 말 아쉽고 그리운 사랑 항상 마음에 차지 않는,그래서 사랑은 모든 사람의 영원한 관심이자 화두이다.
“춘양목(春陽木)”은 가슴으로 파고드는 앙증 맞음과 산수유꽃 처럼 춤추는 생명의 화신들로 꽉 차있다
그윽한 솔 향기에 동심이 자라고 빛나는 앞날을 위하여 靑靑한 기상을 갖게 하는 진취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랑뿐 아니라 인간사 모든 것이 그렇듯이 제뜻대로 이루어 지는 것이란 그리 흔치 않다
진정한 사랑이란 언제나 요원하고 얻고 싶은 사랑은 짝사랑일 수밖에 별도리가 없는 것이 아닐까
“홀홀히 가오신 님아”에서는 살아서 만나지 못하는 운명이라면 차라리 죽어서라도 그 사랑에 다가서고 싶은 것이 인간 의 마음이다
“아아 님은 갔지만 님의 글은 남아있습니다”가신님을 그려
애절하게 남긴 시어를 그렇게도 그리워할 수 있을까.
5,인간,고통스런 열망의 실현
폴 엘리아르(Elurd paul)는 영속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고통스런 열망을 실현하는 藝術魂을 들고 있다.
시인 은 그가 의도하던 않던 간에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자하는 열망이 시속에 담겨지며 또 전 생애 전 열망을 시에 던진 삶이라면 그의 삶은 당대를 지나 사후 언제까지라도 작품을 통해 영속하게 될 것이다.
“바람이여”에서 바람은 생명있는 존재에 대한 은유이며 인간은 바람으로 상징된 신적 존재로 세상의 만유를 지배한다 라는 이미지의 표현이 정말 마음에 든다
“바람의 옷”이란 작품은 영원한 삶 같은 것 접어두고 차라리 白樺木과의 공유의 공간, 가슴 써늘한 시린 기운이 심장을 파고든다
“달빛 쏘나타”는 가슴 속까지 파고드는 달빛에 젖어 월광 쏘나타를 띄우는 애틋한 시심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닫으면서
시인의 주제의식과 심미적 표현 등에 동승하여 더 큰 상승작용을 일으켜 격을 높인 작품들이 많이 등장되어 반갑다
서사적 서경적 구조를 지닌 서정적 자아독백의 구성이기에 상징적 의미구축을 위한 객관적 상관물로 선택되어 있음을 보여주어 호감가는 작품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어 대견스럽다
다만 감정에 호소하는 자연 발생적 감정을 중시하다보면 지성과 이미지, 지적 뉘앙스에 의도적 힘이 덜 미치므로 思惟와 行爲의 복합에서 탄생된 시들을 기대해본다
운영 시인의 의식 전환 계기는 절실한 체험에서 획득된 강한 詩魂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것이 성찰의 動因으로 작용하게 되며 수용과 화해의 詩法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은 그의 시학의 흐름이면서 소노비즘(Sonovism) 유혹을 떨쳐버려야 된다는 어려움이 극복되고 참되고 진실한 시인으로 대성하기를 충심으로 기원 한다.
다시 한번 제3시집<백년의 미소> 발간을 축하 드린다
김 효 동 詩人(충북문인협회장 역임)
● 여는 시
소리
지상엔 만 가지 꽃
하늘엔 헤아릴 수 없는 별
마음속엔 오만가지 생각
아아! 나는 어이…
글로 써 달래 볼꺼나
심상에 다가온
내 한 줄의 시가
허허로운 마음에
잠시의 여운으로 남아
그 누구의 마음에 기쁨이 될까
그 누구의 가슴에 위로가 될까
하기야 내 앞가림도 부족하니
이 노릇 어이할꼬
그래도 당신의 가슴에
꽃 피고 잎 지는 소리
잎새에 스치는 바람소리
자잘자잘 여울물 소리
들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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