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정 詩/권오정의 詩

내가 꽃이고 싶은 꽃

권운영 2018. 4. 15. 00:03

내가 꽃이고 싶은 꽃   

雲影권오정

 

  

파르르 추운 제비꽃

볼부벼 황홀한 할미꽃

 

바다의 미소 바위꽃

하늘빛 작디작은 맑은 얼굴 봄 까치꽃

 

논이랑 밭이랑 살얼음 뚫고 피어난 자운영 

스스로 부족해 두 잎으로 태어난 맹물꽃

꼬까신 아가 얼굴 방긋방긋 색동꽃

아침 햇살에 꽃잎 여는 나팔꽃

 

노랑자주 하늘남빛 매발톺

향 고운 무명저고리 섶, 치자꽃

 

봄꽃놀이 화전 기지 떡에 수놓는 참꽃

짜작짜작 싸릿대 타는 소리 싸리꽃

 

방울방울 하얀 웃음 은방울꽃 

달빛 머금은 달맞이꽃

 

문고리에 꽂아둔 추억속의 패랭이

술 취해 날고 싶은 술패랭이

 

빨간 주머니 조롱조롱 금낭화

내 어릴 적 친구 명자, 빨간 입술

 

동자승의 넋 동자꽃

물매 풀매 매화초

 

산비탈 모퉁이 길 남빛 도라지꽃

유명화, 무명화 함께 핀 산수국

 

백리 길도 가벼운 향 백리

빨간 마음 동그란 그리움 꽃무릇

 

산속 맑으레 숨 쉬는 고귀하신 각시 붓꽃님

산천산천에 분홍빛 눈물 진달래

 

내가 좋아하는 하나같이 작고 애잔한 꽃들

가엾고 애틋하고 글썽여지고

 

왜 나는 불쌍해 보이는 꽃들이 좋은지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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