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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ive-motif

권운영 2017. 12. 5. 20:12


모티브(motive)는 어떤 행동에 대한 동기나 원인 내지는 어떠한 글에 대한 출발점을 의미한다. '동기'라는 말로 순화할 수 있다. '조선초 창작된 악장 신도가의 모티브는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가파른 산길에 서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뿌리를 계단으로 내어주고 있는 소나무



모티프(motif)는 문학 작품의 핵심 주제를 이루는 한 부분이면서 작품의 중심적인 내용 단위가 되는 것을 말한다. 즉 작품 내용을 이루는 이야기의 주요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모티프는 창작 당시의 사회나 삶의 조건에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고전 소설에는 영웅 모티프가 많이 나타나며,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개항기(開港期)에는 기차 모티프가, 일제 치하에서는 속죄양 모티프가 많이 나타났는데, 이는 모두 삶의 조건과 시대성에 관련되어 있다. 

모티프는 한 작가, 한 시대, 나아가 한 장르에 반복되어 나타날 수 있다. 고전 소설에는 홍길동전,조웅전,박씨전 등에서 보듯이 영웅 모티프가 많이 나타나고, 개항기에는 최남선의 경부철도가, 이광수의 무정에서 보듯 기차 모티프가 많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꿈’ 모티프처럼 고전 문학에서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나는 것도 있다.

모티프는 한 시대에 되풀이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육사와 동시대의 작가인 윤동주의 시에는 속죄양 모티프가 나타난 작품이 다수 있다. <‘간’>에서,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라는 구절에서 인간을 위해 불을 훔친 죄로 코카서스의 큰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는 윤동주의 기독교적인 속죄양 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십자가>의 “십자가가 허락된다면//목아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어두어 가는 하늘 밑에/조용히 흘리겠습니다”라는 구절에도 기독교적 수난 의식과 속죄양 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모티브와 모티프를 같은 뜻으로 보아 섞어쓰는 경우가 많지만 기본적으로 모티브는 (창작) 동기, 모티프는 작품의 주요 구성 화소를 뜻하는 말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