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정詩
낙엽 쌓인 숲길을 걸으며
雲影 권오정
가을빛 머금은 나무들의 향연
시야가 현란하다
스산한 가을바람에
거리엔 은행잎 노랗게 구르고
낙엽 한 잎 스르르 옷자락 스치면
못 견디게 쓰린 가슴
벤치에 내려앉은 고운 잎들
소복이 쌓인 낙엽이 더없이 소중하다
안쓰러운 널 피해 발길 흩트리며
몇 잎을 책갈피 속에 두었다
어느 날 너를 열어
이 가을을 추억하리라.
고엽枯 葉 / 雲影 권오정
깊어가는 가을
지난 기억들 추억으로 날리고
나뭇잎은 쓰르르 떨어져
공원의 비인 의자에
포도 위에 내려앉아
스산한 발길들을 머무르게 하고
하늘 환한 나뭇가지
마지막 남은 잎새들
그 빛
그 모습 그지없이 고웁다
갈바람은
떠난다고 하소연하는데
철없는 웃음소리
까르르 은행잎은 쏟아지고
건반에 구르는 고엽 소리와 함께
내 그리움, 아쉬움 몰라라
쓸쓸히 저물어가는 가을.
가을이 나를 두고
雲影 권오정
가을 산 깊은 골
선명히도 고운 가을빛 물든 나무들
몸도 마음도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단풍잎 쏟아지는 산자락에 앉아
내 시집 속 한 편의 시를
뉘 있어 듣던 말던
시어들은
잡목 우거진 숲으로 날아들어
잎잎이 곱게 곱게 타올라
골골이 넘쳐흐르는 다홍 물결
때마침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
싱싱한 기억들 펄 펄 날리며
우수수 춤추는 가을 산
흩날려라!
격렬히 떨어지는 잎들이여
내 기억의 화폭에 담아두고 보리라
타거라!
온산이 탄다 한들 한 가슴만 할까
날아라!
활활 불꽃을 날려라
꽃불 되어 타올라라
혼불 되어 올라라
가는 길은
환희의 몸짓으로 갈지니.
노을이 삼키고 간 가을
雲影 권오정
노을 속에
저무는 가을
갈바람 재촉에
거리에 구르는 낙엽들이
발길을 더디게 한다
햇살을 등진
공원의 나그네가 되어
사각이는 낙엽소리 들으며
숲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숲 속 깊숙한 곳을
헤매고 있었다
아아
물큰한 갈잎 내음
어느새 가을이 깊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