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김득신의 파적도(破寂圖)

권운영 2016. 7. 15. 09:59

김득신의 파적도(破寂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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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적도


파적도 (破寂圖) 야묘도추, 18세기, 종이에, 담채 22.5cm X 27.2cm, 간송미술관
긍제(兢薺) 김득신(金得臣) ,1754~1822, 조선 후기 화가


요사이 신윤복에 대한 드라마와 영화로 주변에서 조선시대 화원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려옵니다. 신윤복을 다룬 이야기인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곧 볼 예정이고 영화는 지난 주 일요일 미인도를 봤습니다.  (미인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혹평을 가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한국에서 정규과정을 밟은 이라면 김홍도의 그림을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서당, 씨름도 등 조선시대 주변의 생활상을 많이 담고 있지요. 김홍도가 그린 그림중 제가 개인적으로 뽑는 그림은 바로 씨름도 인데 구도와 설정, 배치가 정말 탁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찬찬히 뜯어 보고 있노라면 이야기 거리도 많고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그리고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은 느낌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라를 대표하는 조선 후기의 그림을 딱 떠올린다면 오히려 이 그림이 떠오릅니다. 물론 외국인에게 소개한다면 씨름도겠지만 그냥 떠올려 보라 한다면 이 그림이 떠오르게 됩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그림이지요...

조선시대 유행했던 그림들은 대부분 산수화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자칫 지루함을 줄 수도 있지요. 그보다 움직임이 강하다면 김홍도 그림 정도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역시 김득신의 그림에 비한다면 역시나 움직임이 많이 모자랍니다. 움직임의 형태를 묘사하고 있으나 움직이지 않는 그런 느낌이죠. 모조 사과가 있으나 먹고 싶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고나 할까요?

그만큼 이 그림은 역동적이며 움직임이 살아 있습니다. 구도도 명쾌하고 정말 재미있는 배치지요.

한가로운 시골집에서 고양이는 병아리를 채갑니다. 그걸보고 어미 닭은 파닥 파닥 거리고 나머지 병아리들은 도망가기 바쁩니다. 그걸 본 주인 아저씨는 곰방대를 쭉 뻗어 보지만 아무래도 고양이가 재빠르겠지요. 역시나 뒤에서 같이 거들려고 하는 주인 아주머니도 있습니다. 아저씨의 밑인 그림 한가운데에는 그 움직임에 느낌을 더하는 소품인 탕건이 주인 아저씨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공중에 멈춰 있습니다.  그리고 짜고 있던 돗자리 틀은 쓰러져 버렸지요. 그걸 본 고양이는 나 잡아 보란듯, 재미 있다는 듯 날쌔게 도망가며 쳐다보고 있습니다.

한 장의 그림이지만 정말 움직이는 듯 다음 장면의 움직임이 그대로 연상됩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는 것은 구도도 한 몫을 하고 있지요.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는 듯 보이지만 이 만큼 치밀하게 정돈된 그림도 드물것입니다. 왼쪽 위의 나무가지는 적당한 위치에 자리잡아 그림의 읽기의 시작을 알립니다. "평화롭고 한가로운 시골 어느집에서..." 게다가 나무가지가 뻗은 곳 끝에는 고양이고 도망가고 있고 시선이 다시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고양이가 바라보는 시선이고 둘째는 나무가지와 대칭을 이루는 어미 닭의 위치이지요. 어미닭은 고양이를 향해 목을 쭉 길게 빼고 고양이를 향하고 있고 그 뒤로 병아리가 도망가고 있습니다. 다시금 그 시선은 오른쪽으로 모여 두 주인 내외의 모습에 집중되고, 여기서 멈추었던 시선 다시 주위의 소품으로 분산되며 주변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전체적으로 마름모꼴 비슷한 모양으로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장의 그림 이렇게 의미 심장하고 지루하지 않은 항상 새로운 느낌이듯,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작업에서 같은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근래에 가장 반대되는 예가 있다면 바로 영화 '미인도'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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