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대신 유학을 선택한 이십대 신혼 부부
한국에서 혼수와 집을 마련할 비용으로 함께 유학을 떠나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다. 우린 젊었고, 둘이 함께라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결과는? 엄청 고생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기까지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분명 재미있고 소중한 경험도 많았다. 매일 맞닥뜨리는 새로운 상황과 좌충우돌 일상 속에서 캐나다가 어떤 곳인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아파트 장만과 혼수 마련하기 외에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모두가 유학을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곳이 꼭 캐나다일 필요도 없지만, 용기를 내어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니까. - '프롤로그' 중에서
혼수와 집을 마련할 돈으로 함께 유학을 떠나다
신랑의 나이 스물여덟, 신부 나이 스물여섯. 이 부부는 결혼식을 마친 후 광양 처가에서 이틀, 밀양 본가에서 하루를 보낸 다음 김해공항을 출발, 일본 나라타공항을 경유해 캐나다 밴쿠버공항에 내렸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모습처럼 비춰질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 함께 유학을 온 것이다.
젊은 혈기에 두 사람은 겁이 없었다. 함께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는 엄청 고생이었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아이를 낳아 키우기까지 실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재미있고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다. 좌충우돌 캐나다의 일상 속에서 그들만의 인생 사진을 찍었던 셈이다.
저자 김재원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리젠트칼리지에서 기독교학을 전공했다.
그는 현재 <코리아타임스> 경제부 기자로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 관련 기사를 쓰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문화부에서 음악이나 영화 기사를 쓰고 싶어 한다.
LG트윈스와 바흐를 좋아한다는 그는 서른일곱 해 동안 자신을 키운 건 팔 할이 어머니의 기도라고 믿고 있다.
캐나다로 유학 간 것을 아내와의 결혼 다음으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세 아이의 아빠로 아들과 함께 야구하는 것을 즐기고, 두 딸과 함께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서 개를 키우며 단란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가졌다.
집 사려고 결혼하나?
최근 한국에서의 결혼은 돈이다. 아파트 전세 보증금이 이미 1억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다 혼수 비용까지 보태면 그 부담이 엄청나다. 부모님의 경제적 여유가 모자라면 대출까지 받는다는 게 현실이다.
최근 한 연구소가 발표한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결혼비용은 신랑의 경우 평균 1억 6천만 원, 신부의 경우 평균 9,4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케이스별로 천차만별이다. 신랑이 더 많은 돈을 부담하는 이유는 주택은 신랑의 책임이라는 암묵적인 또는 노골적인 합의가 있어서다.
신랑이 무슨 죄라고 신부보다 돈을 더 내야 하는 걸까. 아들 가진 부모도 마찬가지다.
아니 심지어는 딸 가진 부모 역시 거금을 자식 결혼에 내놓아야 한다. 자식들의 결혼자금을 마련코자 집을 팔고 전세로 이사가는 부모들까지 있다.
요즘에는 결혼 비용 때문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웨딩푸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결혼을 앞두고 저자 커플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 돈으로 차라리 유학을 떠나자고 의기 투합했던 것이다. 결혼과 동시에 유학을 떠나는 것은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석사 과정 밟는데 3년 정도 예상하고 1년에 2,000만 원을 쓴다고 생각하면 총 6,0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집을 구하고 혼수 마련하는 비용으로 유학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아내는 퇴직금에 저축을 합한 돈 800만 원을 보탰다.
베이비 샤워 파티를 아시나요?
이제는 한국에서도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캐나다를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는 임산부를 위해 친구들이 베이비 샤워. 라는 파티를 열어준다.
아내가 아들을 출산하고 몇 개월 뒤, 교회 식구들이 아내를 위해 베이비 샤워 파티를 열어줬다.
페어필드 부부가 주도해 자신들이 사는 밴쿠버 외곽 써리의 타운하우스 내 커뮤니티 센터를 빌려 파티를 열어준다.
왜 샤워라고 하는지 물어봤지만 그곳 사람들도 확실히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선물이 샤워처럼 쏟아져서일 거라 추정할 따름이다 사람들을 초대했다.
페어필드 부부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남편 카일은 보안 시스템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고 아내 페트리샤는 전업주부였다.
저자 부부는 아기용 의자, 옷, 책, 목욕 도구, 침구 등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인상적인 것은 기저귀로 만든 케이크.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현금으로 20달러씩 주기도 했다. 축하 카드도 많이 받았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무척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그 힘든 기간에 외국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고생한 아내가 제일 고맙다.
아름다운 곳을 소개합니다
스탠리 파크는 밴쿠버를 대표하는 공원이다. 약 40만 제곱미터 넓이의 공원은 원시림과 해안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캐나다의 상징이기도 하다.
공원 중앙에 비버 호수가 있고, 해변을 따라 도는 9킬로미터 거리의 일주 코스도 환상적이다. 또 펭귄 때문에 수족관도 방문할만 하다.
캐필라노 흔들다리는 아래로 캐필라노 강이 흐르고 수십 미터 위에 다리를 놓아 양쪽을 연결했다. 인기 있는 관광지라서 항상 사람들이 붐비고 입장료도 비싼 편이다.
학생은 할인 혜택이 있으므로 반드시 학생증을 지참하는 게 좋다. 꿩 대신 닭이라고 비슷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노스 밴쿠버에 위치한 린 캐년 흔들다리다. 여긴 공짜다.
이름이 아름다운 디어 레이크는 밴쿠버 외곽 버나비에 위치한다.
한적한 호수는 산택과 카누를 즐기기엔 최적의 장소다. 호숫가를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는 추천한다.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봄이면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여름이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에서 저렴하게 카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식당 베스트 5
1. 조선갈비~ 킹스웨이에 위치, 런치 세트, 갈비와 우거지탕
2. 혼진~ 시내에 위치, 주방장이 한국인인 스시집
3. 인사동~ 코퀴틀람에 위치, 전통 한식당
4. 석기시대~ 코퀴틀람에서 포트무디 쪽으로 넘어가는 노스로드에, 돌판 삼겹살
5. 두꺼비~ 버나비에 위치, 밴쿠버 최고의 중국집
코요테를 보셨나요?
2007년 겨울,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다. 원래 밴쿠버에는 눈이 잘 안 오는데 그해 겨울에는 쌓인 눈이 무릎까지 올 정도였다.
하릴없이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난데없이 개 몇 마리가 날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뛰어가는 것이 아니라 네 발이 공중에 뜬 채 분명 날아가고 있었다.
참 신기한 개도 다 있다고 생각하다가 순간 이상했다.
캐나다 개들은 절대 자기들끼리 다니지 않는다. 항상 주인과 함께 다니고 밖에 나올 때는 목줄을 하고 나올 때가 많다.
그런데 방금 저놈들은 서너 마리가 목줄도 없이, 이 폭설에 자기들끼리 날아다닌다? 그래, 코요테였다.
동네에 코요테가 산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목격하기는 처음이었다. 갑자기 신지와 김종민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코요테는 개와 비슷하지만 개보다 작고 날렵하다. 여우랑 비슷해 보인다.
캐나다 사람들은 코요테를 '카야리'라고 발음한다. 이는 북미식 영어다. 산책을 하다가 만난 이웃 주민은 코요테 울음소리가 들리므로 너무 멀리 나가지 마라고 주의를 주었다.
솔직히 캐나다도 천국은 아니다
일상에서 가장 큰 불편함은 땅이 넓어서 자동차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빵을 하나 사려고 해도 차를 끌고 나가야 한다. 걸어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극빈층을 빼고 웬만하면 다 집집마다 차가 있다. 인건비가 비싸므로 차량 정비도 직접해야 한다. 정비용 공구가 필수품이다.
인정이 없는 곳이다. 정해진 법대로 한다. 사람이기에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이곳은 절대로 봐주는 일이 없다.
교통신호를 위반하면 칼이다. 벌금을 내야한다. 또 저녁만 먹고 나면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저녁 이후에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동네 편의점에 들러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와 집에서 먹는 것이다.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이다. 현지인처럼 듣고 말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겨우 알아듣는다 할지라도 문화적 차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캐나다는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다. 포트럭 파티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열리는데 주인이 음식을 대접하는 게 아니라 손님들이 하나식 음식을 해와서 나눠 먹는 것이다.
새로운 나라로 떠나보자
20대 후반의 신혼부부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다달았다. 좋은 부모 만나서 편하게 유학 생활을 했다. 나무만 팔아도 200년은 먹고 살수 있다는 우스갯소리의 캐나다,
다시 가라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저자는 말한다. 젊음은 큰 재산이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배짱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들 부부는 쉽게 먼 나라로 떠났다. 비록 아픔과 눈물이 있었지만, 그만큼의 웃음과 즐거움도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나라로 떠나보라고 권한다.
물론 캐나다가 아니어도 된다. 지중해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탈리아도 열대 과일이 지천으로 널린 필리핀도 좋다.
단지 익숙함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마주볼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축복의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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