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 천안향교 경전반에서 공부하던 중 시성(詩聖) 이태백(李太白) 한시를 감상했습니다. 강사는 이조 때 문인 정철 선생의 우리 시 ‘한 잔, 한 잔 또 한 잔 一杯一杯復一杯(일배일배부일배)~~’를 읊었습니다. 웹에서 옮겼다.
山中對酌 산중대작 -李白 이백 산속에서 대작하다
兩人對酌山花開 양인대작산화개 : 산에는 꽃이 피고 두 사람 술을 나눈다
一杯一杯復一杯 일배일배부일배 : 한 잔, 한 잔 또 한 잔
我醉欲眠君且去 아취욕면군차거 : 내가 취하여 잠이 오니 그대는 돌아가
明日有意抱琴來 명일유의포금래 :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오시게
한 잔(盞) 먹새그려 또 한잔 먹새그려
장진주사(將進酒辭) 정철(鄭澈)
한 盞잔 먹새그려 또 한盞잔 먹새그려.
곳 것거 算산 노코 無무盡진 無무盡진 먹새그려.
이 몸 주근 後후면 지게 우해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流뉴蘇소寶보帳댱의 萬만人인이 우러 녜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못 白백楊양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굴근 눈 쇼쇼리 마람 불제 뉘 한 盞잔 먹쟈 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잰나비 파람 불제 뉘우친들 엇디리.
(* 원문 표기와 가깝도록 표기함)
[현대어 풀이]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을 꺾어 산가지 놓아 가면서(계산하면서)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떼기로 덮이어 졸라 매어 가거나
유소보장(오색 실로 곱게 장식한 화려한 상여)에 수많은 사람들이 울고 따라가거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사시나무 숲에 가기만 가면,
누른 해, 흰 달이 돋아오고, 가랑비, 굵은 눈(함박눈)이 내리며,
회오리바람 불 때에 누가 한 잔 먹자 하겠는가.
하물며 내 무덤 위에서 원숭이가 휘파람 불때 (울음 울 때) 뉘우친들 어찌하리.
곶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새그려.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달 엇더리.
一杯復一杯 絶花作籌無盡無盡杯
此身已死後 束縛藁裏屍 流蘇兮寶帳
百夫總麻哭且隨 慌茅撲樕白楊裏
有去無來期 白日兮黃日 大雪細雨悲風吹
可憐誰復勸一杯 況復孤墳肅嘯時 雖悔何爲哉.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 將進酒辭>를
숙종 때 문인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의 증손(曾孫) 김춘택(金春澤) 한역(漢譯)
**杯 잔 배. 復 다시 부를 배. 絶 귾을 절. 籌 투호 살 주. 산가지. 盡 다될 진. 束 묶을 속. 縛 묵을 속. 藁 마를 고. 裏 속 리/이. 屍 주검 사. 流 흐를 류. 蘇 차조기 소. 兮 어조사 혜. 寶보배 보. 帳 휘장 장. 總 거느릴 촐. 모아서 묶다. 麻 삼 마. 哭 울 곡. 且 또 차. 隨 다를 수. 慌 어렴풋할 황. 茅 띠 모. 撲 칠 박. 樕 떡갈나무 속. 楊 버들 양. 悲 슬플 비. 吹 불 취. 憐 불쌍히 여길 연/ 련. 誰 누구 수. 勸 권할 권. 況 하물며 황. 孤 외로울 고. 墳 무덤 부. 肅 엄숙할 숙. 誰 누구 수. 悔 뉘우칠 회. 何 어찌 하. 哉 어조사 재.
]'장진주사'는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지은 사설시조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시조. 중국의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나 이하(李賀),두보(杜甫)의 송주시(頌酒詩)와 궤(軌)를 같이하는 권주가(勸酒歌)이다.
또 이러한 중국시를 모방했다고 하나 그것을 서투르게 모방한 것이 아니고
그 시상을 이어받되 완전히 다른 창작이다. 다음에 이백의 장진주를 보면 알 수 있다.
장진주(將進酒)
이백(李白)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군불견황하지수천상래)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황하의 물이 하늘 위에서 와서
奔流到海不復廻(분류도해불부회) 분주히 흘러 바다에 이르러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又不見高堂明鏡悲白髮(우불견고당명경비백발)
또 보지 않았는가. 높은 집의 명경 속에 백발이 슬픈 것을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
아침에 푸른 실과 같던 머리털이 저녁에는 흰 눈이 되었네.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인생은 득의했을 때 모름지기 즐거움을 다할지니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황금 술잔을 공연히 달빛 아래 두지 말아라.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나를 낼 때는 재능이 반드시 쓸 데가 있음이고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부래) 천금을 다 흩어 쓰더라도 다시 돌아오느니라.
烹羔宰牛且爲樂(팽고재우차위락) 양을 삶고 소를 잡아 또 즐겨 보세.
會須一飮三百杯(회수일음삼백배) 모름지기 한 번 마심에 삼백 잔은 마셔야 하리.
岑夫子 丹邱生(잠부자 단구생) 잠부자(잠선생), 단구 선생이여
將進酒君莫停(장진주군막정) 바야흐로 술을 권하노니 멈추지 말라.
與君歌一曲(여군가일곡) 그대 위하여 내 한 곡조 부를 터이니
請君爲我側耳聽(청군위아측이청) 청컨대 그대는 나를 위하여 귀 기울여 들어 다오.
鐘鼎玉帛不足貴(종정옥백부족귀)
훌륭한 음악 좋은 음식, 구슬과 비단이 족히 귀한 것이 못되니
但願長醉不願醒(단원장취불원성) 다만 오래 취하기를 원하고 깨기를 원치 않노라.
古來賢達皆寂寞(고래현달개적막) 고래로 현인 달인이 다 적막하였고
惟有飮者留其名(유유음자유기명) 오직 마시는 자만이 그 이름을 남겼다.
陳王昔日宴平樂(진왕석일연평락) 진왕이 옛날 평락관에서 잔치할 적에
斗酒十千慈歡謔(두주십천자환학) 한 말에 만금하는 술로 유쾌하게 즐겼노라.
主人何爲言小錢(주인하위언소전) 주인이 어찌 돈 없다 말할고
且須沽酒對君酌(차수고주대군작) 또 술을 사다가 그대와 대작하리라.
五花馬千金裘(오화마 천금구) 오색 빛 말과 천금 되는 갖옷도
呼兒將出換美酒(호아장출환미주) 아이를 불러 끄집어내어 아름다운 술과 바꿔
與爾同銷萬古愁(여이동소만고수) 그대와 함께 만고의 근심을 녹이리라.
(*裘=갖옷 구. 가죽옷)
# 송강의 장진주사나 이백의 장진주가 다 술을 권하는 노래이지만,
이백은 향락적이고 호방한 기질이 남성적이라 한다면,
송강은 인생의 무상함과 애련함에 호소하여 여성적인 면모가 있음이 다르다고 하겠다.
이백의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모습은 옛날 귀족들의 생활 모습이거니와,
우리 인생을 어찌 이렇게만 살 수 있으랴.
그러나 이 시가 권주가임을 감안하여 음미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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