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숙 : 생각이 여물어 혀끝에서 떨어져 나갈 때
: 여기, 쉬운 듯 쉽지 않은 말들이 또 줄을 섭니다
: 한소끔 생각을 끓입니다
강경자 : 초록의 잎들이 시간을 먹으며 꿈을 꾸듯
: 낙엽도 꿈을 숙성시키고 있을 것이다
: 서산의 느린 걸음을 뛰어가게 한 장한 얼굴
: 휘청거리는 길은 내 길이 아니다
권명숙 : 네가 나와 처음 손을 잡았을 때도
: 우리의 어딘가가 발갛게 달아올랐듯이
: 봄날 톡톡 터지는 손톱만한 꽃송이 같은
: 아니면 고향 뒷산 솔가리라도 긁어 봤으면
권운영 : 흙벽에 싸리울 / 초당 한 채 지어 놓고
: 연둣빛 녹색으로 싱그럽게 살다가
: 손대면 핏물 묻어날 것 같은 / 물색 고운 가을빛 되어
: 삽작문 들고 나는 바람 소리
김경옥 : 마음은 머무르고 / 몸은 세월 따라 흐르고
: 얄궂은 탈을 쓰고 해맑게 웃는 이 순간에도
: 바윗돌마저도 앉을 자리 내주고
: 벌 먹은 소리로 퉁퉁거리지 않으면 다행
김윤정 : 시간은 낱알낱알 떨어져 공간을 채우고
: 살 얕은 햇살은 / 속속들이 품어주지 못해
: 뽀얀 옥양목 솜이불 속에서 / 수줍게 살 비비며
: 퉁박을 맞고 / 징징거리며 또 한 조각 떼어 나갔다
김은수 : 빗금 치며 쏟아지는 장대비
: 시침 뗀 가로등만 홀로이 밝아라
: 옥빛 하늘 닮고 싶은 / 나는 갈대의 순정
: 내내 후회 말고 / 고운 사랑 하나 품어
김인숙 : 풀벌레 소리 귓불에 달고
: 가마솥 끓는 내음이 긴 굴뚝을 열고
: 눈꺼풀에 긴 세월 올려진 이슬 풀어 놓으시는
: 은빛 머리 하얀 무명옷 걸친 명주고름 여인
김홍순 : 길이 없어도 사랑은 / 그대에게로 흘러갑니다
: 기쁨과 슬픔 모두 끌어안고 함께 가는 길
: 바람 부는 세상 모퉁이에 겉돌던 울 엄니
해묵은 그리움을 가끔 열어봅니다
김희순 : 하품이 쉬어가는 길목에 멈춰 섰다
: 한소끔 불어오는 바람에 출렁이는 녹색 물결
: 열려 있던 마음을 조용히 덮고
사라진다는 것은 다시 일어나는 것이리
문동호 : 매 맞고 울고 나면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겠지
: 얼마나 힘들어야 갈 수 있는지 / 참는다는 것이
: 먹어도 먹어도 풀리지 않는 허기
: 고운 절개 잃지 않는 가을빛
박종순 : 휘어진 손마디와 닳고 닳은 손톱
: 햇살 뿌려 새살 돋우더니 / 겨울의 뒤끝
: 마르지 않는 행복의 샘을 가꾸면서
: 놓치지 말아야 할 기억들을 / 찾아낼 수가 없는
손현이 : 연초록 향내 / 귓불에 미소 지을 때
: 어둠은 벽 없이 다가왔다
: 모든 것 다 내어주고 / 마른 길 헤쳐나가는 삶
: 떨어지는 것이 서러워 울어도 / 자꾸 빠지는 머리
송지현 : 생각 한 줌 / 행동 한 줌 / 여유의 창을
: 먼 훗날 아니 머지않은 날에 / 저분들 뒷모습처럼
: 주연을 위한 조연 / 그대 안개꽃
: 쏘아내리는 빛 그리며 / 사는 여인이여
신고산 : 마음이 변한 뒤로 눈길마저 못 줬는데
: 오늘은 무슨 말로 너에게 다가갈까
: 어둡게 드리워진 / 제 그림자 맑고 밝게 씻어내려는가
: 그 시절 보릿고개에서 품던 느낌을
이명주 : 평범한 그 말이 / 나는 참 좋다
: 햇살 겹겹이 바른 가을 하늘
: 아픔 없이는 세상을 배울 수 없을까 싶어
: 마음으로 보니 / 내 앞에 너도 참 아름답구나
이영숙 : 산 씀바귀 꽃길을 지나
: 물 대접 가득 달려온 별들 노래 퍼지고
: 햇살은 사랑의 빛깔을 둥글게 품어 안고
: 좋아한다는 말은 /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장현환 : 밥상 같은 사람에게 / 저절로 눈과 마음이 따라간다
: 애 보기를 일하듯이 / 해야 하는데
: 오늘도 버럭으로 시작한다
: 쓰레기가 널려 있다 / 근데 내 허리는 숙여지지 않는다
주정자 : 바람은 움푹 파인 가슴을 후벼낸다
: 아쉬움만 사랑 된 / 미련의 덫, 그대
: 아파도 수줍어 말 못하는 낮달의 속내에도
: 처녀의 옷맵시에 여미어진 봄
허복조 : 멋지게 설계했지만 / 수없이 바뀐 인생의 도면
: 미풍에도 찰랑거리던 무성한 흑발은
: 숱한 사연 덩이 되어 보듬었을 텐데
: 다독거리며 보듬어 줄 수 있는 / 내 마음의 너비는
홍춘녀 :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 오늘도 장승처럼 못 박힌 저 간절한 기도는
: 초록이 간절한 노을에 이미 깔린 황혼을
: 낮은 언덕 베고 누운 하얀 찔레꽃
황해경 : 우리의 신접살림은 / 한 바가지 물로 시작되었다
: 남편의 애첩 같다는 노루귀도 보았다
: 물거품 속으로 잠겼다 뛰어오르는 열화
: 난 그만 참았던 지난 세월을 토해낸다
최승철 : 내 몸 달구는 바람의 근원을 붙잡아 한 줌
움켜쥐고 싶어요
: 우리 동네 목련은 해마다 / 춘설로 몸을 씻어야
꽃이 핍니다
: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 쌀기름으로 김을 구워 버는
몇만 원은 꽃/ 돈이 아닙니다
+ 수류시인이 선정한 제일 멋지게 깊은 의미를 담은 싯귀
홍춘녀시인의 시중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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