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그렇게 가더이다 / 권오정
봄은
앞산 눈 녹인 바람 타고
꽃샘 바람 싫다 짜증내며
기를 쓰고 오더이다
건듯건듯
나뭇가지 건드리며
꽃나무에 머물러
꽃망울 쓰다듬더니
어느 새
봄은 가더이다
냇가 버들강아지
봄을 불렀나
강 뚝 버드나무
잎새 되어 늘어졌나
봄은 오더니만
또 그렇게 가더이다.
바람의 옷 / 권오정
바람 부는 날엔
흰빛 서늘한
자작나무 숲으로 가라
미치고 싶은 날은
달빛 쏟아지는 숲으로 가라
홑치마 속적삼으로
훨~훨 정신없이 쏘다녀라
네 쓸쓸함과 白樺木
함께 어우러져
머릿속 가슴속
하얗게 비워버려라
까무러치게 지치면
희슴프레 껑충히 서있는
그 숨결에
몸을 통째로 맡기고
기대어 보라
옷 사이로 스미는
가슴 써늘한 시린 핏줄
네 심장에 전율하리라.
봄이 오는 소리 / 권오정
사르륵 사르르 꽃눈이내려요
소르르 소르르 봄비가 려요
대지의 살갗 밑에 잠자던 새싹들
쏘오옥 쏙
기지개 켜는 소리
몽올몽올 꽃망울 맺는 소리
봉글봉글 꽃잎 벙그는 소리
꽃나비 팔랑팔랑
날개짓소리
저만큼 들녘에
아른아른 아지랑이 소리
님이여 사랑이여!
미소를 뿌리세요
사무치게 아리따운
황홀한
봄을 위하여.
< 권오정 등단 시평 >
-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룬 건축물 -
시를 포함해서 모든 예술은 반드시 무엇인가를 표현한다. 표현을 위해 사용되는 재료, 즉 표현 매개의 차이에 따라 예술의 장르가 구분 된다. 시의 경우는 언어인 것이다. 오직 언어, 그것을 통해서만 시는 표현의 기능을 수행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좋은 시는 그 표현이 잘되어 있다. 그리고 잘된 표현은 언어라는 표현 매개를 그만큼 능숙하게 이용한 결과인 것이다. 일상어를 쓰면서도 일상적이 아닌 세계를 창조하는 데, 시의 언어의 특징이 있다. 그러나 단번에 일상어와 시의 언어에 관해 생각하기 전에 문어적인 것과 구어적인 것의 차이, 산문과 운문의 차이, 그리고 또한 우리의 시가 문어인 정형시로부터 구어인 자유시로 변천된 과정에 대하여 생각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를 현대의 일상어를 쓴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가 뒤 따르게 된다. 왜냐하면, 일상적인 리얼리즘의 세계에서 시의 세계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일상어가 시어로 바꾸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언어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짜 맞춤과 그것을 받치는 문맥에 의해서 변화한다. 문맥에 따라서 “내일”이라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도 시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언어의 운율과 비유에 의한 언어의 전의(轉義)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보내준 시편 모두 이런 요소가 고르게 잘 쓰여 진 시이지만 “봄은 그렇게 가더이다.” “바람의 옷 ” “봄이 오는 소리” 3편을 등단 시로 추천한다.
첫 번째 “ 봄은 그렇게 가더이다”에서 봄이 왔다. 꽃망울 피운다. 짧은 봄은 가버린다. 버들강아지에도, 버들가지에도 찾아왔던 봄이 그렇게도 빨리 떠나갔다. 이처럼 우리인생도 아름다운 사랑은 짧을 것이므로 그 시간 시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시는 시민들이 이해 할 수 없는 난해 시보다는 편한 가락으로 감동을 주며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좋은 시라고 본다.
두 번째 “바람의 옷”의 시는 대상이 자연과 인간이다. 시인은 바람이 되어 떠돈다.
시린 바람이 핏줄이 되고 바람으로 옷을 입고 사랑을 주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바람은 인생의 길이며 관심이며 꽃을 피우는 손길이다.
세 번째 “봄이 오는 소리”는 시의 운율 적 요소가 전경으로 되어 시어들이 청각적 시각적 이미지로 잘 표현되고 있다. 또한 봄의 소리를 병치 은유법으로 자연스럽게 형상화했다. 정형시에서 사용하던 압운법도 두운으로 각운으로 자유시에서도 잘 차용되었다. 특히 ‘팔랑 팔랑’은 시각적 청각적 복합감각적인 표현이 생경하다. 이처럼 황홀한 봄날 사랑하는 임은 미소를 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시어들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 시다. 평자로서는 가끔 한국적 난해 시에서 정통서정시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가락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에는 난무하는 자유시보다는 민족적 운율이 있는 현대적 정형시가 산문시에 비해 필요한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을 이 시인에서 읽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등단 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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