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ureTO/여행 이야기

화장암

권운영 2019. 12. 5. 20:46




12월 28일 송년여행 비내섬 겨울 풍경과 화장암 가는 길

    무심재클럽 송년여행
    비내섬의 겨울 풍경과 세월 깊은 암자 화장암 가는 길
    마른 풀섶에서 모과 향기가 났다. 츠렁바위에 서리가 내렸고 산국 몇 송이가 돌틈에 떨고 있었다. 바람에 떨어진 열매들은 배냇저고리에 싸인 애기똥처럼 노란 빛깔이었다. 서른무렵 빈 암자에 바랑을 내렸다는 스님은 서풍에 날라온 풀씨 같은 인연이었다고 한다. 열여섯 생멸의 숲을 헤치고자 나선 길 단단하지 않았으면 산중의 밤을 어찌 견뎠으리 풀을 깎고 김을 메며 불휴당 스님 모과나무처럼 늙었다. 대나무 잎사귀들 우수수 몸을 떠는 동지무렵 떨어진 모과열매를 줍다가 마주한 인연이었다. 상처투성이었지만 잘 익은 세월, 그 향기 햇살처럼 퍼졌다. 파리한 물소리가 산을 업고 울었다. 화장암 가는 길 1 / 이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