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고향

정감록- 조선시대 민간에 널리 알려진 비결서

권운영 2017. 8. 30. 11:21

정감록은 조선시대 민간에 널리 알려진 비결서인데 필사로 전해지면서 여러 버전이 있고  원본은 아직 발견되지 못했다고 한다. 인간의 영역이 아닌 듯한 미래에 대한 예언은 현실이 어렵고 힘들어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조선시대 전란이 발생할때 임금은 백성을 내버려두고 몽진을 떠나면 의지할 곳 없는 백성들은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고자 비결서의 십승지를 찾아 나섰다고 하니 그 당시의 정감록은 임금보다 더 믿을만한 의지처였던 것이다. 정감록에는 전란의 발발과 새로운 왕조의 시작을 말하기도 하니 고단한 현실을 살았던 백성에게는 희망의 메세지이자 미래에 대해 꿈을 품을 수 있었던 근원이었다.

 

작가는 부동산학을 전공하고 신문기자로 활동했다고 하니 정감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좋은 기의 흐름을 찾는 풍수지리학과 무위자연설을 기반으로 하는 도교, 주역의 음양오행설 등 여러 분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 정감록은 십승지 마을이라는 곳을 통해 전란, 흉년, 질병이 들어오지 못하는 '삼재불입의 땅'으로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땅이었다. 작가는 역사 속에서 민초들의 소망이 된 그 곳을 직접 여행한다. 그곳에 뿌리내린 토착민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에피소드를 들려 주니 흥미와 재미를 선사해준다.

 

책에서 알려 주는 십승지는 영주 풍기, 봉화 춘양, 보은 속리산, 남원 운봉, 예천 금당실, 공주 유구·마곡, 영월 연하리·미사리·노루목, 무주 무풍, 부안 변산, 합천 가야 라고 하니 역사 속 인물들이 은거 했을 법하게 산들에 싸여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원주민들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뒤 토착민이 된 경우가 많았고, 특히 이북 출신이 많다고 한다. 전란 당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 탓에 안전할 수 있었고 봉화 춘양의 경우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 후 이 곳에서 숨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니 그 곳이 실제로 궁금해지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이 백성들에게 선조보다 더 신망을 받았다고 하니 선조와 대신들은 호시탐탐 이순신장군을 몰아내려 기회를 엿보던 정황까지 맞아 떨어진다.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찾은 곳으로 막연한 이상향인 무릉도원이나 엘도라도 같은 곳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그 곳에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을 여행지로 삼아 거닐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길이 뚫리고 도로가 생기고 못 들어가는 곳이 없어진 지금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산과 들, 강과 같은 자연을 지도 삼아 십승지 마을을 찾아 떠나는 것도 자연을 배우는 방법일 것이다. 정강록에 대해 명확한 자료도 없고 궁금했었던 차에 작가가 조사하고 정리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풀어주니 편하게 어려운 비결서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