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30일)의 대표 절식(節食)이 송편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가을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맛은 솔내에서 온다”는 말도 있다. 송편은 찰기가 적은 멥쌀을 가루 내어 익반죽하고 녹두·콩·깨등으로 소를채워 빚은뒤 솔잎을깔고 찌면 완성된다. 찔 때 켜마다 솔잎을 깔기 때문에 송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 조상은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진다고 여겼다.지역마다 고유의 송편이 있다. 강원도의 감자송편·무송편(무생채 첨가), 경상도의 모시잎 송편, 전라도의 삐삐떡(삘기송편, 띠의 어린 새순 첨가) 등이다. 대체로 함경도 등 북부 지방에선 송편을 크게, 서울·경기에선 작게 빚는다.
인절미도 추석 전후로 즐겨 먹었다. 한자명은 인병(引餠)이다. ‘차진 찰떡을 늘려 끊은 맛있는 떡’이라는 데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추석날 온 가족의 밥상과 차례상에 오르는 밥은 햅쌀로 지어야 제 맛이다. 추석 전에 나오는 햅쌀은 대부분 조생종이다. 쌀은 수확된 후에도 호흡을 계속 하며 숨 쉬는 동안 자체 영양분을 사용한다. 햅쌀이 묵은 쌀보다 영양적으로 우월하다고 보는 것은 이래서다.
차례 상의 ‘감초’ 같은 채소는 도라지·고사리·시금치 등 삼색 나물이다. 셋 다 단백질이 풍부하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던 선인들에겐 고마운 채소였을 것이다. 도라지는 한방에서 이맘때 유행하는 감기·편도선 등 호흡기 질환 치료 약재로 쓰인다. 고사리는 설사·해열·이뇨 효과, 시금치는 술독을 없애고 피부를 윤기 나게 하는 데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례 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과일은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 넷 모두 가을이 제철이다. 추석날 고기를 양껏 먹은 사람에겐 배를 후식으로 올리는 것이 좋다. 배가 고기의 소화를 도와서다.추석 무렵 유난히 향이 좋은 것이 송이다. 송이는 적송(赤松)의 숲에서 주로 발견된다. 비싼 송이를 제대로 맛보려면 조리할 때 신속하게 씻고 양념 사용을 최대한 줄이며 구울 때 살짝 굽고 익힐 때 잠깐 끓여야 한다. 향기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한가위 국물 음식은 토란국이다. 쇠고기 양지머리 육수에 토란을 넣고 끓인 국으로 토란탕·토란곰국이라고도 한다. 토란(土卵)은 ‘흙 속의 알’이란 뜻이며 추석 무렵에 나오는 것이 영양과 맛 모두 최고다. 토란엔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과식해 배탈 나기 쉬운 추석에 아주 요긴한 존재다.
조상들이 추석에 즐긴 음식으론 토란국 외에 화양적·누름적·닭찜 등이 있다.
화양적(華陽炙)의 화양은 도라지를 뜻한다. 쇠고기·도라지·버섯·당근·파에 갖은 양념을 해서 볶아 꼬챙이에 끼운 음식이다. 대개는 다시 한 번 참기름을 두르고 앞뒤를 익혀 낸다. 누름적은 누르미나 간납(肝納)이라고도 부르는 음식이다. 쇠고기·채소 등에 밀가루나 달걀 옷을 묻힌 뒤 기름에 지진다.
한가위 찜 요리론는 닭찜이다. 추석 무렵은 닭이 살이 올라 가장 맛있는 시기다. 그래서 햇닭에 양념을 넣고 푹 삶은 닭찜을 차례 상에 올리거나 절식으로 즐겼다.
추석 절주(節酒)는 가배주다. 가배(嘉俳)란 가위의 옛말이며 팔월 한가위의 어원이다. 궁중과 반가에선 추석 때 햅쌀로 빚은 신도주(新稻酒), 서민과 농가에선 농주(農酒)를 가배주로 즐겼다.
<자료 : 중앙SUNDAY(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