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스크랩] (2) 소나무와 송월(松月)

권운영 2018. 9. 21. 19:32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 

   

소나무와 송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나무와 달은 아주 어울리는 짝이다. 익종()은 그의 오언율시() 〈송하보월()〉의 서문에서 솔과 달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솔은 달에 어울리고 달은 솔에 어울린다. 달은 솔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솔은 달이 있어 더욱 그윽하다. 달빛어린 소나무 밑을 거니는 것은 바로 솔을 사랑하고 달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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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하, 〈송월도〉

고려대박물관 소장


윤덕희, 〈송하보월도〉

덕원미술관 소장



늙은 소나무 위에 교교히 달이 떠 있는 정경은 유현미의 극치를 이룬다. 우리의 조상들은 솔과 달이 어울린 정경을 한없이 사랑했다. 조선 말엽 초의() 스님이 지은 《일지암시고()》에 송월()의 풍취를 사랑했던 최자()의 다음과 같은 일화가 실려 있다.



고려시대 문인 최자()는 정지상()의 〈개성사팔척방()〉이란 시 가운데 다음 구절을 몹시 좋아하여 때때로 읊어 감상하곤 했다.



바위 끝 늙은 솔 위에 조각달이 떠 있고
하늘가 구름은 낮은데 천 점 산이 벌려 있네

그가 전라도 안렴사(使)가 되어 2월 생명(, 음력 초사흘)에 변산() 봉우리에 올라갔더니, 노송이 하늘을 찌를 듯하고 그 위에는 초승달이 은은히 비치고 있는데 아래를 바라보니 하늘 끝에는 뭇산들이 구름과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이 광경을 보고 다시금 정지상의 시를 생각했다고 한다.

창 밖에는 소나무가 너울대고
솔 위로 아름다운 달이 떠 있도다
솔의 곧음과 달의 빛남이 어울리니
운치와 절조가 절경을 이루도다

- 최자, 〈송월()〉


지상에 있는 소나무와 천상에 있는 달이 어울리면서 절경을 자아낸다. 모두가 고요히 잠든 한밤에 은백색의 밝은 달이 짙푸른 소나무 위에 걸려 있다. 영원히 그 푸른빛이 변하지 않고 절조를 지키는 소나무와 비추지 않는 곳이 없고 이르지 않는 곳이 없는 달과의 어울림은 절경이 아닐 수 없다.



허공에는 발자국 소리도 끊어지고
형체도 상념도 모두 사라졌구나
외로운 둥근 달은 비에 씻긴 듯하고
바람은 골짝 골짝 소나무 위를 달리네

- 휴정(), 〈영랑령()〉, 《청허당집()》


세속의 모든 인적이 끊어지고 모든 형체도 상념도 사라졌다.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은 마치 비에 씻긴 듯 맑고 깨끗한데 바람이 깊은 산골짜기의 소나무 위를 말이 달려가듯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솔 끝에 달이 걸려 그림자 성근데
사면은 산으로 둘러 싸였네
찾아온 나그네 속세의 꿈 끊기니
이곳이 혹여 선계가 아니런가 여기네

- 제월(), 〈신흥사()〉, 《제월당대선집()》





이경남(북한), 〈달밤〉



신흥사에 자면서 지은 시다. 사방은 산으로 둘러쌓여 한적하기 그지없다. 나그네에게는 꿈속에서도 속세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만뢰()가 잠든 밤, 소나뭇가지 위에는 달이 걸려 있고 성근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신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신선이 된 기분인 것이다.



달빛은 솔바람에 들어 하얗게 빛나고
솔바람은 달빛 머금어 서늘하게 이는구나
그대에게 지혜의 칼을 주노니
돌아가 달과 솔 사이에 누워라

- 함월(), 〈증월송대사()〉, 《천경집()》


작자는 조선 영조 때 사람으로 이름은 해원()이요, 자는 천경()이며, 함월()은 그의 법호이다. 이 작품은 달과 솔을 소재로 하여 구성한 선시()로서 월송대사()에게 준 법어()이다. 반야검()이란 지혜의 칼이다. 이 칼을 가지고 달과 솔 사이에 누워서 진리를 깨닫도록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달이 솔바람 소리에 들고() 솔바람이 달빛을 머금었다()"는 구절은 참으로 절묘하고 아름다운 표현이다.



제월()이 구름 고 솔 아올라
십분청광()이 벽계중()에 빗 지
 물 일 며기는 나 조차 오다.

- 권호문


맑고 밝은 달빛이 구름을 뚫고 소나무 끝을 비추고 또 맑은 시냇물에 비꼈는데 어디에 사는 갈매기인지 물을 잃고 나를 따라 온다고 한다. 실로 아름다운 정경이다.

위 시조와 시상()이 비슷한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현대시조가 있다.



솔새로 흐르는 달 창문에 스며들고
여울에 우짖는 물 벼개위 젖는고야
이내끔 달빛에 싸여 물에 둥실 떠가네

- 이희승, 〈산사여탑()〉


[네이버 지식백과] 소나무와 송월(松月)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 2004. 3. 10., (주)넥서스)


출처 : 규방칠우
글쓴이 : 혜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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