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스크랩] * 이육사 시인 시모음

권운영 2017. 8. 19. 19:05

 

 

 

 

 이원복 또는 이원삼 ( 진성 이씨 )

 

출생일      1904년 5월 18일 경상북도 안동  도산면

 

사망일      1944년 1월 16일  베이징 감옥

필명         이육사

직업         시인  독립운동가

장르         시

  

 

 

경상북도 안동 도산면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진성이다.

한학을 수학하다가 도산공립보통학교에 진학하여 신학문을 배웠다.

10대 후반에 가족이 대구로 이사한 뒤 형제들과 함께 의열단에 가입하였고,

1926년 일어난 장진홍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처음 투옥되었다.

 

이육사라는 필명은 이때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어 받은 수인 번호 '264'의 음을 딴 '二六四'에서 나왔으며,

나중에 이육사(李戮史), 이육사(李陸史)로 고쳤다.

또다른 필명으로 이활(李活)이 있다.

문단 등단 시기는 《조선일보》에 〈말〉을 발표한 1930년이며,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중국과 대구, 경성부를 오가면서 항일 운동을 하고

 시인부락, 자오선 동인으로 작품도 발표했다.

 그동안 대구 격문 사건 등으로 수차례 체포, 구금되었다.

1943년 국내에서 체포되어 베이징으로 압송되었고, 다음해인 1944년 구금 중에 사망했다.

유고시집 《육사시집》(1946)이 동생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원조에 의해 출간되었다.

 

 

 

 

절정(絶頂)  /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청포도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계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돚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 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꽃  /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황혼  /  이육사
 

  골방의 커어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 들이느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아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내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내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십이월 상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산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관위 그 많은 수인들 에게도
의지가지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쏘는 토인들 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족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득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어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산  /  이육사

 

바다가 수건을 날여 부르고
난 단숨에 뛰여 달여서 왔겠죠

千金같이 무거운 엄마의 사랑을
헛된 航道에 역겨 보낸 날

그래도 어진 太陽과 밤이면 뭇별들이
발아래 깃드려 오오

그나마 나라나라를 흘러 다니는
뱃사람들 부르는 望鄕歌

그야 창자를 끊으면 무얼하겠오

 

 

 

바다의 마음  /  이육사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恩寵)이 잠자고잇다.

흰 돛(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여 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雅量)이 간직여 있다.

낡은 그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大陸)을 푸른 보로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陰謀)가 서리어 있다

八月二十三日

 

 

 

 

잃어진 故鄕(고향)  /  이육사 

제비야
너도 고향(故鄕)이 있느냐
그래도 강남(江南)을 간다니
저노픈 재우에 힌 구름 한쪼각

제깃에 무드면
두날개가 촉촉이 젓겠구나

가다가 푸른숲우를 지나거든
홧홧한 네 가슴을 식혀나가렴

불행(不幸)이 사막(沙漠)에 떠러져 타죽어도
아이서려야 않겠지

그야 한떼 나라도 홀로 높고 빨라
어느때나 외로운 넋이였거니

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
엇저면 네새고장도 될법하이.

 

 

 

 

한 개의 별을 보자  /  이육사

 

한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十二星座)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친(親)하고 그 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미래(未來)를 꾸며 볼 동방(東方)의 큰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地球)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지구(地球)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 보자

처녀의 눈동자를 느끼며 돌아가는 군수야업(軍需夜業)의 젊은 동무들
푸른 샘을 그리는 고달픈 사막(沙漠)의 행상대(行商隊)도 마음을 축여라
화전(火田)에 돌을 줍는 백성(百姓)들도 옥야천리(沃野里)를 차지하자

다 같이 제멋에 알맞는 풍양(豊穰)한 지구(地球)의 주재자(主宰者)로
임자 없는 한 개의 별을 가질 노래를 부르자

한 개의 별 한 개의 지구(地球) 단단히 다져진 그 땅 위에
모든 생산(生産)의 씨를 우리의 손으로 휘뿌려 보자
영속(▩粟)처럼 찬란한 열매를 거두는 찬연(餐宴)엔
예의에 끄림없는 반취(半醉)의 노래라도 불러 보자

염리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신(神)이란 항상 거룩합시니
새 별을 찾아가는 이민들의 그 틈엔 안 끼여 갈 테니
새로운 지구(地球)엔 단죄(罪) 없는 노래를 진주(眞珠)처럼 흩이자

한개의 별을 노래하자. 다만 한 개의 별일망정
한 개 또 한 개의 십이성좌(十二星座) 모든 별을 노래하자

<출전 - 『風林』(1936.12)>

 

 

 

 

파초  /  이육사

 


항상 앓는 나의 숨결이 오늘은
해월처럼 게을러 은빛 물결에 뜨나니

파초  너의 푸른 옷깃을 들어
이닷 타는 입술을 추겨주렴

그 옛적 『사라센』의 마즈막 날엔
기약없이 흩어진 두낱 넋이었어라

젊은 여인들의 잡아 못논 소매끝엔
고은 손금조차 아즉 꿈을 짜는데

먼 성좌와 새로운 꽃들을 볼때마다
잊었던 계절을 몇번 눈우에 그렷느뇨

차라리 천년 뒤 이 가을밤 나와 함께
비ㅅ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어보자

그리고 새벽하늘 어데 무지개 서면
무지개 밟고 다시 끝없이 헤여지세

 

 

 

 

喬木 (교목)  /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셔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어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내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속 깊이 거꾸러저
참아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자야곡  /  이육사

 

수만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내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래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막힐 마음 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라.

수만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노정기  /  이육사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 어촌(漁村)보담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西海)를 밀항(密航)하는 쩡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暗礁)를 벗어나면 태풍(颱風)과 싸워가고

전설(傳說)에 읽어 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地平線)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熱帶植物)처럼 발목을 오여 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머 ㄴ 항구(港口)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生活)을 들여다보며

 

 

 

 

남한산성 /이육사

 

넌 제왕(帝王)에 길들인 교룡(蛟龍)
화석(化石)되는 마음에 이끼가 끼여

승천(昇天)하는 꿈을 길러 준 열수(洌水)
목이 째지라 울어예가도

저녁 놀빛을 걷어 올리고
어데 비바람 있음즉도 안 해라

 

 

 

 말  /  이육사


흣트러진 갈기
후주군한 눈
밤송이 가튼 털
오! 먼길에 지친 말
채죽에 지친 말이여!

수굿한 목통
축-처진 꼬리
서리에 번적이는 네굽
오! 구름을 헷치려는 말
새해에 소리칠 힌말이여!

 

 

 

 

斑猫(반묘)  /  이육사

 

어느 沙漠(사막)의 나라 幽閉(유폐)된 後宮(후궁)의 넋이기에
몸과 마음도 아롱져 근심스러워라
 
七色(칠색) 바다를 건너서 와도 그냥 눈瞳子(동자)에
고향의 黃昏(황혼)을 간직해 서럽지 않뇨
 
사람의 품에 깃들면 등을 굽히는 짓새
山脈(산맥)은 느낄수록 끝없이 게을러라

그 적은 咆哮(포효)는 어느 祖先(조선)때 遺傳(유전)이길래
瑪瑙(마노)의 노래야 더 잔조우리라

그보다 뜰안에 흰나비 나직이 날아올 땐
한낮의 太陽(태양)과 튜울립 한 송이 지킴직하고


 

 

 

출처 : 백합 정원
글쓴이 : lil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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