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정 詩/권오정의 詩

[스크랩] 21016년 문학상 응모원고 시작품

권운영 2016. 7. 20. 10:30

꽃상여 구름타고 가던 날

권오정

 

노랑 빨강 주머니 

파랑 분홍 주머니

아이는 멋모르고 

색주머니 만져보네

 

대롱대롱 대광주리에

조롱조롱 달린 주머니

 

색주머니 알록달록

상여에 메달아

못 입고 못 먹은 사람

주고 가는 색주머니

가시는 걸음걸음

색주머니 

 

무슨일 무삼일

사람도 하도할사

동네사람 

쯧 쯧 혀 차는 소리

 

아이는 철몰라 

색주머니 가지고노네

가신어미 가신 줄 몰라

색주머니 가지고노네.


꽃을 우째 먹노        

권오정

 

          

햇살 곱게 반짝이는 날

 

 

장미꽃 꽃잎 하나 입에 물면

꿈결 같은 보드라움

 

 

볼을 스치는 감미로운 미풍에

가녀리게 떨리는 꽃잎

 

 

내 마음에 꽃 피는 소리

내 가슴에 꽃 지는 소리

 

야들아! 꽃을 우째 따노

야야! 꽃을 우째 먹노.


느티나무와 공깃돌

권오정



운동장 동쪽 

느티나무 한 구루

두 팔 벌려 몇이나 늘어섰는지 

기억이 아슴푸레

 

 

느티나무 밑둥치는 

아이들의 비밀동굴

 

 

징검다리 건너온 두멧골 아이 

치마폭에 싸온 동글동글 예쁜  

밤톨만한 공깃돌

느티나무 동굴 속에 

요리조리 감춰놓고

 

 

땡! 종소리 쪼르르 몰려 나와

숨겨둔 돌 저마다 먼저 찾아

둥그런 동그라미 속에 늘어놓고

옹기종기 조저앉아

 

 

공기하나 하늘로 띠워 놓고

바닥 돌 재주껏 잡아 

봉그란 치마 밑에 가두고

 

 

이편 저편 내기놀이 

재미도 좋아라 손뼉 치며

호호거리던 어린추억

 

 

지금 그 나무는

얼마나 더 큰 그늘을 드리웠을까.

 -춘양초교100년사 화보

 

 

미루나무

권오정



마루나무 꼭대기에

꿈을 걸어 놓고 

날마다 쳐다 봅니다

어제도 오늘도 쳐다 봅니다


바람이 싱그럽다고

햇볕이 따뜻하다고

하얀 잎들이 산들산들

손짓 합니다

 

반짝이는 잎들은 

소녀의 꿈  

팔랑이는 잎들은 

그리움의 몸 짓

 

소녀는

아스라한 까치집 보며

왜, 까치가 없을까 

아직도 그 둥지에  

까치를 보지 못했습니다


소녀는 

오늘도 내일도 바라봅니다.

 

청개구리 초록개구리

권오정

 

 

 

엄마말 안듣다가

비만 오면 울어 댄다

왜,

엄마 말 안들었니?

 

토란 잎에 올라앉아

갈 곳 몰라 망설 이네

 

청개구리 삼신아이

아기 개구리와 마주앉아

장난질 치네

 

초록 개구리가 너무 예뻐

“너도 나랑 같구나”

 

      

청도라지 백도라지

권오정

 

 

 

산골 처녀 장보러 가는날

물빛 고운 연두치마에

연분홍 저고리 노랑고름 날리며

 

청보라 빛 꽃 하나 따

머리에 꽂으면

새처럼 날을 것만 같아

 

꿈 속

산마루 언덕

도라지 밭이랑 아스라 한데

저 멀리 아지랑이 

누군가 가물가물

어서 오라고 손짓해

 

나비 나래처럼 가비엽게도

치맛자락 팔랑팔랑

따라나서면 어느새 저만치

살아지는 모습

 

홀연!

꿈이었구나. 



토 란 잎

권 오정

 

 

한여름 소나기 그치면

보석처럼 반짝 반짝

토란잎에 물방울

널따란 잎 두 손에 잡고

요리조리 기울이면

또리방 또리방 아기 눈망울

동글동글

굴려도 굴려도

젖지 않는 토란잎

 

이슬비 솔솔 뿌리면

아이들은

 

토란 잎 하나씩 

머리에 이고

동네방네 다니며

하하 호호 좋아라하네.


출처 : 사단법인 대한민국시문학연구협회
글쓴이 : 청연 서청학(청초롱,문왕도,천명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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