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1016년 문학상 응모원고 시작품
꽃상여 구름타고 가던 날
권오정
노랑 빨강 주머니
파랑 분홍 주머니
아이는 멋모르고
색주머니 만져보네
대롱대롱 대광주리에
조롱조롱 달린 주머니
색주머니 알록달록
상여에 메달아
못 입고 못 먹은 사람
주고 가는 색주머니
가시는 걸음걸음
색주머니
무슨일 무삼일
사람도 하도할사
동네사람
쯧 쯧 혀 차는 소리
아이는 철몰라
색주머니 가지고노네
가신어미 가신 줄 몰라
색주머니 가지고노네.
꽃을 우째 먹노
권오정
햇살 곱게 반짝이는 날
장미꽃 꽃잎 하나 입에 물면
꿈결 같은 보드라움
볼을 스치는 감미로운 미풍에
가녀리게 떨리는 꽃잎
내 마음에 꽃 피는 소리
내 가슴에 꽃 지는 소리
야들아! 꽃을 우째 따노
야야! 꽃을 우째 먹노.
느티나무와 공깃돌
권오정
운동장 동쪽
느티나무 한 구루
두 팔 벌려 몇이나 늘어섰는지
기억이 아슴푸레
느티나무 밑둥치는
아이들의 비밀동굴
징검다리 건너온 두멧골 아이
치마폭에 싸온 동글동글 예쁜
밤톨만한 공깃돌
느티나무 동굴 속에
요리조리 감춰놓고
땡! 종소리 쪼르르 몰려 나와
숨겨둔 돌 저마다 먼저 찾아
둥그런 동그라미 속에 늘어놓고
옹기종기 조저앉아
공기하나 하늘로 띠워 놓고
바닥 돌 재주껏 잡아
봉그란 치마 밑에 가두고
이편 저편 내기놀이
재미도 좋아라 손뼉 치며
호호거리던 어린추억
지금 그 나무는
얼마나 더 큰 그늘을 드리웠을까.
-춘양초교100년사 화보
미루나무
권오정
마루나무 꼭대기에
꿈을 걸어 놓고
날마다 쳐다 봅니다
어제도 오늘도 쳐다 봅니다
바람이 싱그럽다고
햇볕이 따뜻하다고
하얀 잎들이 산들산들
손짓 합니다
반짝이는 잎들은
소녀의 꿈
팔랑이는 잎들은
그리움의 몸 짓
소녀는
아스라한 까치집 보며
왜, 까치가 없을까
아직도 그 둥지에
까치를 보지 못했습니다
소녀는
오늘도 내일도 바라봅니다.
청개구리 초록개구리
권오정
엄마말 안듣다가
비만 오면 울어 댄다
왜,
엄마 말 안들었니?
토란 잎에 올라앉아
갈 곳 몰라 망설 이네
청개구리 삼신아이
아기 개구리와 마주앉아
장난질 치네
초록 개구리가 너무 예뻐
“너도 나랑 같구나”
청도라지 백도라지
권오정
산골 처녀 장보러 가는날
물빛 고운 연두치마에
연분홍 저고리 노랑고름 날리며
청보라 빛 꽃 하나 따
머리에 꽂으면
새처럼 날을 것만 같아
꿈 속
산마루 언덕
도라지 밭이랑 아스라 한데
저 멀리 아지랑이
누군가 가물가물
어서 오라고 손짓해
나비 나래처럼 가비엽게도
치맛자락 팔랑팔랑
따라나서면 어느새 저만치
살아지는 모습
홀연!
꿈이었구나.
토 란 잎
권 오정
한여름 소나기 그치면
보석처럼 반짝 반짝
토란잎에 물방울
널따란 잎 두 손에 잡고
요리조리 기울이면
또리방 또리방 아기 눈망울
동글동글
굴려도 굴려도
젖지 않는 토란잎
이슬비 솔솔 뿌리면
아이들은
토란 잎 하나씩
머리에 이고
동네방네 다니며
하하 호호 좋아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