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심 훈-그날이 오면

권운영 2018. 4. 17. 05:37

  그날이 오면

                      심  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은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구개골은 깨어져 산간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올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비장한 심훈 선생의 '그날이 오면'을 가슴 먹먹하게 읽어 본다

 

이근배 시인 하면 생각나는 것이 해박한 지식이다

심훈 선생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서 재미를 유발 시킨다. 심훈 선생은 그날이 오면 서문에 이렇게 썼다는 초간본 시집을 갖고 나오셔서 일제 치하의 검열이 치독했던 시절 '그날이 오면'이라는 글자를 쓰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5자'로 변형하여 썼다고 한다

그날이 오면 이라고 쓰면 일경에 걸려 출판할 수 없었으므로..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어느 책에서도 읽을 수 없는 소소한 것까지를 술술 풀어 낸다

젊었을 적 시인이 5대 신문 신춘문예에 연거푸 당선한 유일무이한 시인으로서 어쩌면 당연하다

문단에서 이근배 시인을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문학을 하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누가 모국어를 지켜 왔는가

이근배 시인은 역설한다. 이 시대를 사는 모든이들에게.

아니 좁혀서 문학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지칭할 때 조국이라고 한다

다만 우리나라 말을 지칭할 때만 모국어라고 한다

그것은 언어를 어머니에게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아버지가 낳고 어머니는 기른다(父生我身 母鞠我身 腹以懷我 乳以哺我)

어머니 품에서 말을 배우며 길러진다. 영어에서도 Mother tongue라는 말이 있기는 하다

 

언어를 잃으면 민족도 잃는다

물보다 진한 것은 피고 피보다 진한 것은 언어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 중에 으뜸이다

세종임금님이 한글을 만들어 주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漢字에 예속에 되어 있는 중국 일본 같은 문자 체계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한글의 과학적이고 쉽고 편리하고 컴퓨터 문자로서의 위대성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지 아니한가

어쩌면 오늘날의 컴퓨터 시대를 예감하고 만들어진 것 같은 이래 예측의 불가사의를 보게 된다

 

이런 모국어를 지켜 온 이들은 누구인가

바로 문학인들이다.

소월 육당 춘원 심훈. 미당 ......

이런 훌륭한 문학인들이 아니면 우리 글이 이렇게 아름다워지는데 더디었을 것이다

문학인들은 세계 으뜸인 한글을 더 아름답게 빛내는데 절차탁마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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